[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 토크쇼의 변화 코드, ‘해투3’ 하차 박미선에 多있다

편안한 세대공감형 스타일 퇴조
솔직하고 거침없는 ‘동상이몽’등
톡톡튀는 ‘핫’한 토크 예능 인기
중년MC 노하우 어필 안되면 ‘올드’
가식없는 토크 보여줄 방법 고민할때

지상파 토크쇼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예능 트렌드가 빨리 바뀌고 있는데다 케이블 외에도 인터넷, 모바일을 공략하는 새로운 플랫폼용 콘텐츠들이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지상파 토크예능들은 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방대한 인적 자원과 관료적인 조직은 실험 속도를 더디게 했다.

지상파마다 한때 큰 힘을 발휘했던 토크쇼를 하나 정도는 보유하고 있다. 과거 파워에 기대어 힘을 이어오고 있으면서도 자칫 큰 변화를 주다가는 시청자들로부터 완전히 외면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깔려있다.

박미선(오른쪽)이 지난 1일‘ 해피투게더3’ 마지막 방송을 했다. 지난 2008년 1월‘ 해피투게더’의 공동MC로 낙점됐으니 무려 7년 9개월간이나 MC 자리를 지켰다. 해투에서 박미선의 모습을 훓어보면, 토크예능의 변화가 드러난다

하지만 변화해야 할 시점은 이미 지났다. 연예인 게스트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별로 궁금하지 않는 시대에 토크예능이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결코 쉽지 않은 사안이다.

SBS ‘힐링캠프’는 499인의 방청객 MC라는 차별점을 들고 나왔다. 야간매점을 강화해온 KBS ‘해피투게더3’는 박미선, 김신영을 하차시키고 전현무를 투입해 새로운 모습으로 개편한다.

MBC ‘세바퀴’는 지금까지 완벽하게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반대의 삶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하며 어울리는 상극 토크쇼로 바뀌었다. MBC ‘라디오스타’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 규현이 수시로 던지는 ‘떡밥’을 게스트들이 어떻게 무는지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는 토크쇼이자 게스트에게서 평소 볼 수 없었던, 의외의 개인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박미선이 지난 1일 ‘해피투게더3’ 마지막 방송을 했다. 지난 2008년 1월 ‘해피투게더’의 공동MC로 낙점됐으니 무려 7년 9개월간이나 MC 자리를 지켰다. ‘해투’에서 박미선의 모습을 훑어보면, 토크예능의 변화가 드러난다.

박미선이 고정MC로 기용될 때는 중년 시청층이 부각되면서드라마이건 예능이건 TV가 중년들을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런 트렌드를 타고 김국진, 최양락, 이봉원도 복귀할 수 있었다.

박미선도 세대적인 안배 차원에서 캐스팅됐다. 때마침 ‘웃지마! 사우나’의 박명수를 웃겨라 코너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엽기 분장으로 재미를 더하며 고정MC 자리를 꿰찼다. 생활 수다를 술술 풀어내고, 또 아낌 없이 망가져주는 박미선을 보면서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끼는 듯 했다. 나는 이런 박미선을 보면서 책에다 ‘박미선, 편안한 사람을 마다할 조직은 없다’고 썼다.

박미선이 특별한 개인기가 없이도 오래 갈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상황적 특성에 따른 아줌마 캐릭터를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웃어주면서 한마디 거들어만 줘도 좋았다.

박미선은 90년대에 지상파에서 잘 나가는 코미디언이자 예능MC였지만, 90년대 후반 IMF로 비용절감 차원에서 하루 아침에 잘려버렸다. 박미선의 자리는 풀타임 아나운서들로 대치됐다. ‘해피투게더’는 박미선이 오랜 기간 지상파 예능의 고정을 못 맡고 있다가 맡은 자리여서 감회가 새로웠다. 본인도 열심히 방송에 임했고, 무엇보다 젊은이와 중년들을 이어주는 ‘브릿지’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고참이지만 후배들 앞에서 쓸데없이 군림하거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먼저 빈틈을 보이는 등 후배들과의 소통도 의외로 잘했다,

하지만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그런 부분들이 조금씩 흐려졌다. 박미선이 중후반에 나태해지거나 권위를 내세워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토크쇼의 트렌드가 조금씩 바뀌면서 박미선 캐릭터의 색채가 퇴색된 것이다. 박미선이 ‘해투’나 ‘세바퀴’의 MC로 동시에 활동할 때는 세대공감이 강조된 시기였다. 이 때만 해도 엄마, 아내, 며느리, 중년 여자로서 녹여내는 그녀의 생활밀착형 토크는 잘 먹혔다. 거기에다 약간의 진행을 할 수 있고, 순간적으로 웃음 포인트도 던질 수 있고, 리액션도 좋아 프로그램내에 안정적으로 흡수됐다.

하지만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세대공감을 별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세대공감 프로그램이 없어진 게 아니라 세대공감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동상이몽’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그런 점이 느껴진다.

나이 든 사람이 지상파 예능의 고정이 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나이 든 사람이 ‘핫’한 예능에 앉아있는 자체가 쉽지 않다. 중년 MC가 자신의 직능적 가치를 어필하지 못하면, 그런 프로그램은 ‘올드’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런 중년들의 역할은 다른 곳에 있다. 가령, ‘집밥 백선생’에서 음식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백종원은 나이가 50세, 60세라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평일 11시에 하는 지상파의 토크 예능에서 박미선은 자신의 ‘노하우’를 어필하기 어렵다. 중년이 수다를 떠는 토크쇼를 시청자들이 별로 즐기지 않는다. 시청층의 연령대가 높은 종편에서는 괜찮을지 몰라도 지상파의 평일 예능에서는 뭔가 시청자에게 주는 것 없이 떠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우리 나이로 49세, 연예계 데뷔 28년째인 박미선은 이제 예능 MC로서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중년 예능인은 실제 경험에 바탕한 솔직한 토크를 편안하게 구사할 수 있다. 가식이 느껴지지 않는 그의 토크를 새로운 그릇에 담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할 때다. 박미선 뿐 아니라 모든 중견 예능MC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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