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브로커 스카웃 경쟁 극심…30% 1년만에 회사 옮겨

럭셔리 하우스 전문 브로커지에서 인력 빼가기가 성행하고 있다

럭셔리 하우스 전문 브로커지에서 인력 빼가기가 성행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대형 브로커 회사 간에 인력 빼가기가 성행하고 있다. 특히 고가 주택 거래를 주로하는 곳일 수록 이직 비율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이 최근 협회 6750여명의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무려 30%가 1년도 채 안돼 브로커지를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18%)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NAR 측은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서 시장에 유입되는 브로커(에이전트)의 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 유명 중개인들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타 업체로 이직하는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례로 최근 한 브로커지에서 일하던 유명 에이전트는 타 그룹으로 옮기면서 엄청난 실속을 챙겼다. 이 에이전트는 이직과 동시에 자신의 업무 일부를 돕고 마케팅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과 더 많은 커미션(수수료)를 보장 받았다.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에이전트는 올해 지난해에 비해 약 2배 이상 증가한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이 에이전트는 “한때 6%가 넘던 커미션이 최근에는 5% 선으로 낮아진데다 워낙 한 매물에 대한 경쟁이 심하다 보니 수익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며 “이직을 결심한 것은 커미션 배분에서좋은 조건을 제시한데다 고객 연락처 챙기기, 선물보내기, 그리고 전단지 및 웹페이지 제작 등 다른 지원까지 약속했기 때문이다. 돈만 따른 다고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수입 기복이 심한 업계의 특성을 생각할때 조건이 좋은 쪽으로 옮기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에이전트 입장에서 보면 고소득을 보장하는 곳으로 옮기는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대형 브로커지들은 왜 엄청난 조건을 제시하면서 유명 에이전트 빼가기에 나서는 것일까? 사실 유명 중개인을영입하면 회사는 손실을 볼 확률이 높다. 더 많은 커미션을 줘야하고 각종 지원도 해야하기 때문에 거래 자체만 놓고 보면 사측의 손해라는게 업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하지만 회사 전체를 생각하면 유명 브로커 영입으로 플러스 효과를 볼 수 있다. 유명 브로커 한명을 영입하면 그 유명세에 힘입어 보다 많은 거래를 유치하게 되고 여기에서 손실을 메우기에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TV에 자주 등장하는 모 브로커지의 경우 유명세 덕분에 탑 에이전트를 다수 영입할 수 있었는데 최근 이들의 유명세 덕에 리스팅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투자 대비 충분한 수익을 거둔 셈이다.

캘리포니아대 지만 부동산 중개업 센터의 폴 하비비 교수는 “이전에는 브로커지의 명성이 거래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유명 중개인이 곧 브랜드가 됐다”며 “앞으로는 업계의 주도권이 회사에서 개인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브로커의 잦은 이직에 따른 단점도 많다. 우선 돈만 쫓다 보니 애사심은 커녕 기본 상도도 지키지 않는 에이전트가 늘었다. 옮기면서 손님까지 빼가는 것은 물론 거래를 뒤에서 방해하기도 한다. 또 이직에 따른 법정 소송(정보유출이나 법규 위반 등)에 처할 수도 있는데 이 손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간다. 회사를 옮기면서 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에 대부분 기대했던 것 보다 낮은 값에 집을 팔거나 거래가 예상보다 훨씬 지체되게 된다.

한편 인력 빼가기는 한인 부동산 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좀더 높은 커미션을 보장하고 광고비나 부대 비용 일부 지원을 앞세워 실적이 좋은 에이전트를 끌어들이고 있다. 한 브로커지의 경우최근 야금야금 우수 인력이 이탈하면서 현재는 업체 대표와 경력이 일천한 몇몇 신입만 남은 상태다. 이 업체 대표는 “큰 회사에서 손을 쓰면 당할 수 밖에 없다”며 “지금 에이전트를 잘 교육해 키워야 겠지만 이들 또한 안 떠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생각이 복잡하다”고 전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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