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들 ‘재개봉을 허하라’

본지 엔터섹션 기자들이 꼽은 ‘내인생 명작’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 특별한 체험이다. 큰 스크린과 어두컴컴한 상영관이 뭐라고, 같은 영화를 봐도 안방과는 다른 감흥을 준다.

단순히 기분 탓 아니냐고? 그렇진 않다. 몰입하기 좋은 여건에서 영화가 더 훌륭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다수의 관객들과 함께 본다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매너 없는 관객 때문에 관람을 방해 받기도 하지만, 모르는 이들과 섞여 더 크게 웃고 더 많이 울어본 경험이 누구나 있다. IPTV 등 홈 엔터테인먼트가 호황을 누려도 극장 관객 수는 줄지 않는 이유다. 

영화‘ 길’(La Strada)


영화 서비스 플랫폼이 다양해져도, 극장은 여전히 대체할 수 없는 공간이다. 최근 10년 만에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감독 미셸 공드리)의 이례적인 흥행이 이를 증명한다. ‘이터널 선샤인’은 30여 곳에 불과한 상영관에서 닷새 만에 6만5000여 명을 모았다. 2013년 재개봉한 ‘레옹’(4만4000여 명)과 ‘러브레터’(4만8000여 명), 지난 5월 재개봉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최종 관객 수(5만6000여 명)도 넘어섰다. 개봉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재개봉 영화 사상 최다 관객 기록을 경신했다. 신작들을 따돌리고 전체 박스오피스 6위까지 올라섰다.

‘이터널 선샤인’의 흥행을 계기로 재개봉 열풍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팬들에게도 반가운 일이지만, 멀티플렉스 아닌 작은 극장들이 충성도 높은 관객층을 확보하는 활로가 될 수 있다.

누구에게나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은 추억의 영화들이 있다. 숱한 명화들이 재개봉으로 부활(?)했지만, 극장에서 만날 기회가 없었던 명작들도 여전히 많다. 헤럴드경제 엔터테인먼트 섹션 기자들이 재개봉을 고대하는 영화들을 꼽아봤다. 극장 관계자들이 눈여겨 봐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김성진=길(페데리코 펠리니) / 지존무상(왕정,향화승) / 그랜 토리노(클린트 이스트우드)

“천사같은 젤소미나의 맑은 영혼, 들짐승같던 잠파노가 뒤늦게 후회하며 해변에서 울부짖는 모습. 그 위로 흐르는 트럼펫. 잊기어렵다.”(길)

▶고승희=포 미니츠(크리스 크라우스) / 허공에의 질주(시드니 루멧) / 인 어 베러 월드(수잔 비에르)

“슈베르트 즉흥곡과 발트슈타인 사이를 무겁게 움직이는 심리극. 상처와 죄책감에 갇힌 인간(전후세대)의 내면을 복합적으로 표현한 4분간의 피아노 연주를 뛰어넘을 음악영화는 없다.”(포 미니츠)

▶이혜미=마더(봉준호) /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타셈 싱) / 천주정(지아 장 커)

“김혜자가 넋 나간 얼굴로 춤추는 오프닝, 댓구를 이루는 관광버스 군무 엔딩신의 이미지가 생생하다. 절망적인 심정의 어미가 흥겨운 사람들에 섞여 펼치는 춤사위는 기묘한 서글픔을 준다. 두고두고 회자될 엔딩신.”(마더)

▶정진영=연애소설(이한) / 와일드 번치(샘 페킨파) / 삼거리 극장(전계수)

“한 없이 맑으면서도 복잡한 결을 가졌던 보기 드문 멜로.”(연애소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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