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로맨스 다룬 KBS1 ‘별난가족’
며느리·엄마등 주변인 역할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로 드라마 중심 잡아
한국 드라마 열의 아홉은 젊은 남녀의 러브스토리가 주를 이뤘다. 주인공은 예쁘고 잘생긴 젊은 배우들. 드라마 안에서 중년과 시니어의 역할은 주인공을 설명할 주변인이다. 주인공의 고모나 이모, 삼촌이었고 그들의 엄마, 아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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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인에 머물렀던 세대들이 독립된 캐릭터로 드라마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은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사진제공=CJ E&M] |
잊혀졌던 세대들이 드라마의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주변인에 머물렀던 세대들이 독립된 캐릭터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젊은 배우들의 전유물이었던 러브 스토리가 중년들에게 주어진다. 엄마, 아빠가 아닌 한 사람의 스토리로 존재한다. 특히 중견 여배우가 단독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수사물도 등장해 드라마에 중년과 시니어들이 주인공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가장 파격적으로 틀을 깬 tvN ‘디어 마이 프렌즈’, 그 뒤를 이어 KBS1 ‘별난가족’, SBS ‘미세스캅’, tvN ‘시그널’이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3일 첫 방송되는 tvN ‘디어마이프렌즈’는 황혼, 즉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으로 ‘시니어 어벤저스’로 불리며 화제가 되고 있다. 신구, 김영옥, 나문희, 고두심, 윤여정 등 시니어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누군가의 엄마이기 이전에 그들의 꿈과 삶을 재조명한다. 이러한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4일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노희경 작가는 “‘이런 작품을 받아 줄 것인가’, ‘돈이 안 될 것’이라는 고민이 길었다”며 “드라마 판도가 바뀌었고 저도 그 판도에 따라갔던 사람이다. 어르신들 이야기는 이제 안 본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미루다가는 작가로서 후회하겠다 싶었다”며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함께 참석한 고두심은 “엄마 역할을 하도 많이 했는데 이 드라마는 다르다”며 “통쾌하다”고 말했다. “제가 어린 날에 워낙 활동적이고 굉장히 밝았던 학창시절과 처녀 시절이 있었는데 그 후로 드라마에 몸 담으면서 ‘큰 며느리는 그래야 돼’하는 굴레를 쓰고 오다 보니 드라마에서 나는 없었다”며 “이 드라마는 내가 불쑥 불쑥 나올 수 있는 여지가 많아서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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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KBS1‘별난가족’,SBS‘미세스캅’,tvN‘ 시그널’ [사진제공=KBS, SBS, CJ E&M] |
이 작품에는 72세 4차원 독거 소녀, 72세 세계일주 꿈나무, 72세 어게인 로맨티스트 , 86세 방랑 할매 등의 캐릭터가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기 전에 다양한 시니어들의 군상이 이 드라마 안에 응축돼 있다. 며느리나 엄마 역할에 갇혀 자신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없었던 시니어 배우들이 이 극에서는 하나의 캐릭터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중년 로맨스를 앞세운 드라마도 나왔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KBS1 ‘별난가족’에는 젊은 남녀의 로맨스와 같은 비중으로 중년 로맨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억척스러운 시골 중년 여성과 깐깐한 홈쇼핑 사장인 중년 남성의 로맨스가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와 하모니를 이룰 예정이다.
종영된 SBS ‘미세스캅2’는 중년 남성도 아닌 중년 여성이 주인공이다. 남성의 영역으로 굳건히 자리 잡아온 수사물이란 장르에서 당당히 중년 여성인 김성령이 주인공을 맡았다. 극에서 김성령은 아줌마 같은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현장에서 카리스마 있는 형사의 모습을 소화하고 있다. ‘미세스캅’ 시즌 1에서는 김희애가 주연을 했었다. 과거 함께 작업을 한 PD의 드라마를 거절하고 ‘미세스 캅’을 택했다. 중년 여배우에게 잘 주어지지 않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남편을 빼앗긴 아내이거나, 아이를 잃는 엄마 역할이 고작이었던 드라마에서 형사라는 능동적인 캐릭터는 중년 여배우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윤석진 드라마 평론가(충남대학교 교수)는 “한국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나이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중년층이 한국 사회의 중심 축으로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진 부분”이라며 “주 시청자 층이 중장년층인 것도 있겠지만 지금 가장 일반적인 이야기라고 하는 것들에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작가로서는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하는 데 중장년의 이야기가 항상 일상에서 보던 것들이고 익숙했던 것이면서도 한편으로 잘 다루지 않았고 이전에 보기 어려웠던 것이기 때문에 익숙함과 새로움을 같이 가져갈 수 있는 소재”라고 말했다.
이영미 드라마평론가는 “수용자가 변한 게 가장 크다”며 “드라마를 보는 주 시청자 층인 40대나 50대가 젊은 사람들의 연애 얘기를 끊임없이 즐길 수 없고 젊은 사람들만큼 감흥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람들은 자기랑 비슷한 인물이 나오는 걸 당연히 좋아한다”며 “이제는 20~30대의 연애 이야기보다 사회의 현실과 갈등을 묵직하게 끌고 갈 배우가 필요한데 그게 원숙한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30~40대 이상의 배우들”이라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leun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