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 미스터리함…믿고 보는 장희진

종영 ‘공항가는길’서 비밀스런 악역 열연
입체적 캐릭터 연기로 드라마마다 ‘호평’

최근 종영한 KBS 2TV ‘공항가는 길’에서 서도우(이상윤)의 아내 김혜원으로 나왔던 장희진<사진>은 캐릭터의 넓은 감정폭과 미스터리함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사연이 많은 여자, 비밀이 있는 여자, 과거가 있는 여자 캐릭터를 맡아 불안해하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장희진이 적격이다.

어쨌든 장희진은 드라마에서 밉상 짓을 해야한다. 그냥 밉상으로만 보이면, 캐릭터의 수명을 길게 가져갈 수 없지만, ‘예쁜 밉상’, ‘스타일리시한 밉상’으로 보이니, 뭔가 궁금해지는 캐릭터로서의 매력을 내장하게 된다. 


장희진은 남편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최수아(김하늘)를 만날 때는 긴장감을 높여주었고, 남편 서도우와의 관계에서도 파열음을 만들어냈다. 장희진은 악역이었지만 사랑하는 남자 서도우 앞에서 과거를 후회하며 눈물 어린 진심을 끄집어냈으며, 말미에는 딸의 흔적이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정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희진은 삼각관계에서 한 명의 단조로운 여성 캐릭터가 아니라, 마음이 떠난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건, 남자 주인공이 바람을 피는 상대역을 맡건, 자기 이야기가 있는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식상함을 피했다. 그러니 방송 분량이 적어도 자신에게 필요하고 어울리는 이미지를 생각해 캐릭터를 분출해낸다.

장희진이 드라마에서 캐릭터를 특화시키게 된 것은 주로 주연이 아닌 주조연을 맡으면서다. ‘내딸 서영이’ ‘세번 결혼하는 여자’ ‘밤을 걷는 선비’를 거치면서 그런 캐릭터를 실험했고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는 비밀스럽게 죽은 여자 역할을 통해서 신비함을 강화시켜 스릴러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장희진은 주조연을 맡다보니 본의 아니게 악역을 자주 하게 된다. 여자주인공을 시기질투하거나 화려한 스타 캐릭터나 화류계 여성 등으로 남자주인공의 외도를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그는 이 방면으로 특화돼 캐릭터를 표현하는 노하우를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다.

방송평론가 정덕현은 “장희진은 배우 이미지가 강해 평범한 캐릭터를 맡지 않는다. 그런 면이 오히려 자기 특징을 만들어내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희진이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이미지(인상)가 강한 것만으로도 강한 극성을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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