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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으로 지난 23일(현지시간) 장중 2조 달러(약 2660조원)를 넘어서며 ‘인공지능(AI)’ 대장주로 떠오른 엔비디아의 아킬레스건은 AI 반도체 공급사 TSMC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TSMC의 생산능력 등이 엔비디아의 실적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5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찰스 슘 BI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엔비디아의 올해 AI 반도체 열풍이 여전히 TSMC의 생산능력 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가 필요한데, 여기에 병목 현상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시장조사업체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IDC) 자료를 근거로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주문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서는 TSMC의 CoWos 생산능력 가운데 절반가량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3분의 1 정도만 확보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TSMC는 올해 연말까지 지난해 말 대비 124%가량 해당 공정 생산능력이 확충될 전망이지만, AI 열풍 속에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브로드컴 등이 TSMC의 생산능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 중이라는 것이다.
패키징은 반도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외부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공정이며,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발열을 제어하는 역할 등을 한다.
첨단 반도체 생산이 기술적으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비용도 많이 드는 추세 속에 최근에는 패키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의 모든 부분에 최신 공정을 사용하는 대신 각 부문을 더 효율적으로 패키징할 경우 비용을 줄이면서도 성능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아울러 엔비디아가 TSMC 4나노(㎚·10억분의 1m) 반도체 부문에 ‘생명줄’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엔비디아가 향후 출시될 B100 반도체에 TSMC의 4나노 공정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경우 TSMC의 4나노·5나노 생산능력 활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4나노·5나노는 TSMC 전체 생산능력의 12%가량을 차지하고 지난해 매출에서 3분의 1을 담당했는데, 올해 다른 고객사인 애플·퀄컴 등이 3나노로 옮겨가면서 TSMC의 4나노·5나노 생산능력이 남아돌아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TSMC 주가는 엔비디아 관련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TSMC 주가는 지난 15일 7.89%나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미 CNBC 방송은 당시 모건스탠리의 엔비디아 목표 주가 상향이 TSMC 주가 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CNBC는 21일 TSMC 주가 하락(-0.87%)에 대해서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 대한 경계감 때문이라고 봤다. TSMC 주가는 엔비디아 호실적 발표 이후 22일(+1.62%)과 23일(+0.72%) 연속으로 오르기도 했다.
다만 엔비디아를 둘러싼 장밋빛 전망에 대해 신중론도 여전하며,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이 주춤할 경우 TSMC를 비롯한 관련주 가격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엔비디아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지난해 회계연도 3분기에 22%에서 4분기 9%로 내려간 상태로,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로 엔비디아 매출 성장세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