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체거래소, 자본시장 규모 비슷한 호주 차용
“일본 사례 보면 성과 가시화에 시간 걸려”
“한국거래소 독점 시스템 개선 통한 새 인프라 구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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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다음달 4일 한국거래소의 70년 독점 체제가 깨지고 대체거래소가 출범한다. 시장에서는 대체거래소만 200개가 구축돼 있는 해외 시장과 발맞춘 의미 있는 변화라면서도, 성과 가시화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 등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 대체거래소는 미국에 65개(점유율 11%), EU에 142개(점유율 18%), 일본에 3개(점유율 11%), 호주에 1개(점유율 9%)씩 운영 중이다. 총 200개가 넘는 대체거래소가 존재하는 것이다.
대체거래소의 거래 시장 점유율이 거래대금 기준 13.3%에 달하는 미국의 경우, 1975년 일찍이 대체거래소가 시스템이 구축됐다. 미국은 대체거래소가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인가제가 아닌 ‘등록제’기에 비교적 대체거래소 출범이 쉬운 편이다.
유럽은 정규거래소와 대체거래소 점유율이 각각 34%, 37%로 대등할 정도로 대체거래소가 정규 거래소와 함께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유럽은 거래소 자체 수가 가장 많기도 하다. 현재 120여개의 정규거래소와 140여개의 대체거래소가 운영 중이다. 다만 유럽은 주식보다는 장외시장 채권거래 위주라는 점이 차별점이다.
반면 한국은 정부 인허가가 필요한 사전규제 방식이기 때문에 미국의 사례를 참고하기보다 비슷한 제도의 호주와 일본 사례를 참고했다.
일본과 호주는 한국과 비슷하게 메인거래소를 중심으로 소수의 대체거래소가 존재한다. 앞서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한국의 대체거래소를 설립하면서 호주 사례를 참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호주와 우리나라는 자본시장 규모가 비슷해 호주 자본시장법을 많이 차용한다는 이유에서다.
호주는 한국의 한국거래소처럼 ASX라는 단일 거래소 체제에서 2011년 차이엑스(Chi-X, 현 CBOE Australia)라는 대체거래소를 설립했다. 호주 대체거래소는 새로운 주문방식(미드포인트 주문)과 새로운 금융상품(자체 상장 ETF) 등에서 차별점을 뒀다.
이번에 한국에서 출범하는 대체거래소의 가장 큰 차별점은 늘어난 거래시간이다. 기존 오후 3시30분에서 오후 8시까지 거래시간이 연장된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야간 거래가 이미 활성화돼 있다.
일본에서는 대체거래소 ‘재팬넥스트’가 오후 4시 30분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거래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미국 역시 대체거래소 ‘블루오션’이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 야간 거래 전용 대체거래소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국내 대체거래소 도입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의미 있는 변화지만, 일본의 경우처럼 성과 가시화엔 시간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 대체거래소인 PTS(Proprietary Trading System)의 예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에 10개의 PTS가 설립되었지만, 다수가 폐업하고, 현재는 3개가 운영 중이다. 2000년부터 PTS의 거래가 시작됐지만, 점유율이 5%를 넘어선 것은 2012년이다. 한국 역시 대체거래소의 거래대금은 전체 기준 15%, 종목 기준 30%로 제한이 걸려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에도 PTS 도입 후 처음 10년간은 PTS의 거래대금 비중이 1% 넘지 못했다”며 “도입 초기부터 유의미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호가 시스템이 도입되고, 거래 시간이 연장되는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지켜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배철교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최근 일본 금융청이 대체거래소에도 경쟁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집행원칙을 개정한 이후에는 점유율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한국도) 출범 직후부터 빠른 점유율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거래 시장의 경쟁 심화가 시장구조의 고도화와 투자자들의 편익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시장 구조에 주목했다. 그는 “결국 거래소도 ‘플랫폼’ 경쟁”이라며 “일본의 대체거래소 축소 사례는 플랫폼 경제 특성상 큰 곳으로 정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체거래소의 정착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상장 주식 수가 많은 데다가 코스닥엔 거래량이 적은 종목들도 많아 복잡도 또한 높다”며 “대체 거래소는 천천히 적응해 가는 관점에서 길게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인프라 개선에 대한 추후 개선도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현재까지는 (주식 거래가) 한국 거래소 독점 구조여서 시장과 관련된 인프라가 다 거래소 안에 있었다”며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큼 추후 청산결제에 대한 기준부터 시장감시위원회까지 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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