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발 인플레 촉발·경기침체 우려↑
적극대응 유럽엔 미풍·中 타격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발표한 상호관세가 시장 예상보다 강력하게 나오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7% 상승 마감하는 등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계기로 상호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10%의 보편관세에 국가별 고율 관세를 차등해 추가한다는 내용이 전해지자 시장은 급격히 움츠러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말했지만 시장은 ‘무역전쟁 전면전 개시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발표 직후 미국 주요 지수 선물은 급락했으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술주는 물론 나이키, 월마트 등도 미국 소비 위축 우려에 시간외 거래에서 곤두박질쳤다.
반면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촉발과 경기침체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강화시킬 것이란 전망에 단기 금리 선물에 내재된 6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70%수준으로 10%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1분기 지지부진했던 미국 증시의 어려움이 관세 탓에 한층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관세 충격에서 미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견고한 이익 성장 등 펀더멘털을 발판으로 주요국 대비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 우려는 있었지만 침체 발생 가능성으로 확대되진 않았던 것이다.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2일 기준 2025년 나스닥 이익은 전년 대비 2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주요국 증시 가운데 단연 높은 수치지만 문제는 흐름의 방향이다. 연초만해도 25%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계속해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여기에 소프트데이터(심리 지수)에 이어 소비 지출 등 하드데이터까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관세가 본격화하면 경기 둔화 및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관세’에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맞서겠단 계획을 세운 유럽은 미국보단 사정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로존 내 GDP 비중이 27%로 가장 큰 독일은 그간의 보수적 재정정책에서 벗어나 향후 12년간 5000억유로의 인프라 투자를 예고하는 등 발벗고 나섰다. 이로 인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 2023년과 2024년 뒤걸음질 친 GDP 성장률이 올해는 플러스로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주창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오히려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MEGA·Make Europe Great Again)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발표된 관세 자체의 내용이 모호한 부분이 있는 데다 추가 협상이 계속될 것이란 점은 불확실성을 한층 키우는 요인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따라 중국은 34%의 관세를 부과 받았다. 유럽은 20%로 대만(32%), 한국(25%), 일본(24%) 등 주요국 대비 낮다.
무역전쟁의 최대 당사자인 중국 증시는 단기적으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에 부과된 관세 자체가 34%로 높은 데다 베트남(46%), 태국(36%) 등 아세안 국가에도 고율의 관세가 부과돼 중국의 우회수출길 역시 막혔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증시 위험은 상수로 인지될 정도인 탓에 시장은 밝은 면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MSCI 중국 지수는 15% 가량 상승해 주요국 지수 가운데 단연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년 평균을 하회하는 낮은 밸류에이션 매력에 지난 1월 ‘딥시크 충격’이 몰고온 중국 빅테크에 대한 열풍 덕분이다.
이 같은 동력이 여전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부양 정책까지 구체화되면 시장은 중국을 더욱 주목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려운 2025년을 보내고 있는 일본 증시는 관세로 인한 아픔이 가장 큰 국가로 꼽힌다. 당초 일본은 트럼프 관세에서 비교적 덜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날 발표된 관세는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여기에 엔화 강세까지 더해지면서 이날 니케이지수가 장 초반 4% 이상 하락하며 지난해 8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동시에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국채 10년물 금리는 13베이시스포인트(bp) 급락하고 있다. 김우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