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상승에 상호관세까지…동남아 진출 은행들 ‘패닉’

美 캄보디아 상호관세 49%…베트남 46%
90일 유예한다지만…경제 불확실성은 여전
건설·부동산 경기침체에…부실채권 비율↑
동남아 진출 국내 은행 여신 등 건전성 위기


동남아시아 경기 불황에 미국 상호관세 폭탄까지 더해지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 사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 자치항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미국 상호관세 발표로 두려움이 커지고 있지만 딱히 특별한 조처를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현지 정부가 급하게 미국이랑 협상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 결과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국내 A 은행 소속 베트남 지점 직원)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현지 경기 불황에 더해 최근 미국의 상호관세까지 더해지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지 경기 부진과 함께 다가올 미국의 상호관세 충격 등에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국가별 상호 관세 중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무더기로 높은 관세가 책정됐다. 캄보디아는 49%, 베트남은 46%,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36%, 32% 등이다. 상호관세 발효 13시간여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서는 90일간 유예하기로 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한 동남아시아 지점 소속 은행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혜택을 받았는데, 이번 2기 행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뀌었다”며 “상호관세가 현실화하면 현지 기업을 비롯해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고, 은행들의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국내 시중은행들이 진출한 나라들은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불안정안 상황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동남아 주요국 은행의 부실채권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주요국 은행의 NPL(부실채권)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부실채권이란 금융기관의 대출이나 지급보증 중 원리금과 이자를 기한 내 받지 못한 채권을 말한다.

나라별로 보면 베트남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4.6%였다. 2021년까지는 2%대 미만이었는데, 2022년 말 이후 급격히 오르면서 2023년부터 4%대 중반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금리 상승에 따른 주택수요 위축에 건설·부동산업체들이 자금조달에 실패한 영향이 컸다.

캄보디아도 2022년 부실채권 비율이 3.1%였는데 2023년 5.4%에서 지난해 상반기 6.3%까지 올랐다. 지난 2020년 이후 주택시장 호황에 확대됐던 부동산담보대출이 2023년 중국 투자 감소로 부실화된 결과다. 그나마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상반기 2%대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최근 가계 부실대출 증가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동남아 은행 부실채권 비율 추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해외점포 총자산의 26%는 동남아 지역에 몰려있다. 그중에서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7.1%로 가장 높고, 그 뒤로 싱가포르(6.7%), 캄보디아(4.7%) 등 순이다. 국내은행의 동남아 지역 점포 수는 10년 새 25개에서 65개로 2.5배 늘었다. 자산 규모도 6배 가까이 불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은 베트남과 인도, 싱가포르 등에 지점을,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서는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하나은행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키우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동남아 3대 법인(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의 성장성을 높기 보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도 오름세다. 베트남의 경우 2022년 0.3%에서 2023년 0.8%로 두배 넘게 올랐고, 캄보디아도 같은 기간 1.6%에서 4.4%로 3배가량 높아졌다. 인도네시아는 2023년 부실채권 비율이 11.2%에 달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동남아 경기 상황이 안 좋아지는 데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폭탄’에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여신 포트폴리오를 재정비 등을 통해 자산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