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CJ대한통운 관련 소송중
사용자 정의 놓고 대법원 최종판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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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월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서울고법 앞에서 CJ대한통운 단체교섭 사건 2심 판결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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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가 대법원의 HD현대중공업 단체교섭 소송 판결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제공] |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통과됐다. 재계와 노동계가 주목하는 조항은 노조법 제2조 제2항 ‘사용자’의 정의다. 개정안은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주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업자까지도 사용자로 정의하고 있다. 쉽게 말해 하청업체의 근로자들이 단체 교섭을 요구할 때 누구를 불러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와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는 소송이 있다. 2017년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2020년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와 금속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쟁점이 될 사용자 판단 기준을 두고 대법원은 고심 중이다.
두 사건 모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문제는 HD현대중공업과 CJ대한통운 소송의 하급심 결과가 ‘정반대’라는 점이다.
▶8년 동안 법정 분쟁 중인 HD현대중공업=9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7년 1월 금속노조는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에 응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금속노조는 산하에 HD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모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를 두고 있다. 단체교섭이란 노조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노조가 임금, 근로시간, 복리후생, 해고 등 근로조건에 관해 사용자와 협의하는 절차다.
2018년 4월 1심 재판부는 HD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HD현대중공업이 단체교섭 의무를 갖는 사용자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할 정도로 사용종속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HD현대중공업과 하청 근로자들의 관계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사용자는 하청업체니 이들 기업과 단체교섭을 하라는 판결이었다.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란 원청과 하청 근로자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어도 사실상 양측이 계약을 맺었다고 볼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대법원은 ▷하청업체의 독자적인 사업 능력 부재 ▷원청 기업이 근로자의 채용·징계·해고 등 인사, 임금 등 사항에 영향력 행사 ▷원청 기업의 지휘·명령에 따른 업무 수행 등을 기준으로 근로계약관계를 판단했다.
현대중공업 단체교섭 1심 판결문(2018. 4 .12)
단체교섭제도는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계약의 내용을 집단적으로 형성·변경할 수 있는 기능과 가능성을 본질로 하므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 근로계약관계의 존재 여부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중략) 단체교섭 제도 하에서의 개별 근로계약관계가 갖는 의미, 단체 교섭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고려할 때 피고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피고 사이에 적어도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종속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같은 해 11월 2심 재판부도 동일하게 판결했다. 금속노조는 결국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런데 대법원이 머뭇거리고 있다. 5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더니 급기야 지난해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한다. 대법원 소부 판결보다 의미가 크다. ▷3명으로 구성된 대법원 소부에서 합의되지 않을 경우 ▷기존 대법원 판례 변경이 필요할 경우 ▷명령·규칙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된다고 보일 경우 전원합의체가 심리한다.
지난해 3월 전원합의체 회부 이후 1년 6개월이 지났다. 대법원이 망설이는 사이 HD현대중공업 사건과 유사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유사 사건 하급심에서 정반대의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다.
▶“CJ대한통운, 하청업체 근로자에 실질적 지배력 행사”=2020년 3월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은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주 5일제 실시, 수수료 개선 등 6개 의제에 대해 CJ대한통운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이를 거절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 것은 노조법 위반”이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노조법은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서울지노위는 “CJ대한통운을 사용자로 볼 수 없다”며 구제 신청을 각하했고, 택배노조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다. 그런데 2020년 6월 중앙노동위원회가 다른 판단을 한다. “CJ대한통운을 사용자로 인정해야 한다”며 구제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도 CJ대한통운을 사용자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노동 조건 등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봤다. 사용자 판단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CJ대한통운 단체교섭 1심 판결문(2023. 1. 12)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사용자에는 같은 항 제4호의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1심 재판부는 “실질적 지배력을 따져야 근로자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원청이 직접 고용 대신 하청업체를 사용하는 것은 경영상의 방침에 불과하다. 때문에 기본권 보장에 사각지대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직접 고용한 근로자든, 하청업체에 속한 근로자든 원청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원청에게 단체 교섭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 단체교섭 1심 판결문(2023.1.12)
복합적 노무관계가 확산함에 따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결정권도 다면적으로 분화하고 (중략) 지배력이나 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근로조건에 대해 원사업주에게만 단체교섭의무를 부담시킬 경우 근로조건의 개선, 유지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의 근로 3권은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
지난해 1월 2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단체교섭에 응해야 하는 사업자는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2심 재판부는 “원고(CJ대한통운)가 사용자로 인정되더라도 발생하는 의무는 교섭에 성실하게 응하는 것일 뿐 조합의 요구 내용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가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적어도 부르면 나오기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도 CJ대한통운 사건 1·2심 논리를 따랐다. 한화오션과 현대제철이 각각의 하청 근로자들과 진행 중인 소송에서 ‘실질적 지배력’을 사용자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CJ대한통운 사건은 현재 대법원 3부가 심리 중이다. 대법원이 HD현대중공업과 CJ대한통운 사건에 어떤 판결을 내리는지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바뀔 전망이다.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