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최초 빅테크 CEO 회동…이찬진 “이용자 중심 알고리즘 설계해야”

금감원, 빅테크에 ‘4대 과제’ 제시
첫 빅테크 CEO 회동서 이용자 보호 압박
플랫폼 공정성·소상공인 상생·IT 보안 등
“수익 좇다 무너진다”…알고리즘 보안 촉구

 

이찬진(왼쪽 다섯 번째)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스퀘어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빅테크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오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 이 금감원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사장, 이승건 토스 최고경영자,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 [금융감독원 제공]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네카토쿠배’(네이버·카카오·토스·쿠팡·배달의민족) 빅테크 5개사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신뢰를 잃는 플랫폼은 모두를 잃는다”며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이용자를 수익의 도구로만 보지 말고 함께 성장할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11일 오후 5개 주요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소상공인연합회장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금융·결제·쇼핑·배달 등 국민 일상 전반에 자리 잡은 빅테크의 건전한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아울러 빅테크 이용자 보호, 소상공인 상생, IT 보안 강화 등 당면 과제를 짚으며 전방위적 책임 강화를 주문했다.

이번 간담회는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빅테크 CEO들을 대상으로 열린 자리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빅테크의 책임 있는 플랫폼 운영을 위해 ▷이용자 중심 경영 ▷소상공인과의 상생 ▷리스크 관리 ▷정보보안 강화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

이 원장은 먼저 “빅테크가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경제 주체를 매개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이들을 단순한 도구로 인식한다면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은 담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엔쉬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 현상을 언급하며 “수익 극대화를 좇다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면 결국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객 중심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알고리즘이 편향되거나 왜곡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받는다”며 “플랫폼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과제로는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꼽았다. 이 원장은 “정부 국정과제에도 ‘온라인 플랫폼과 소상공인의 상생’이 명시돼 있다”며 “플랫폼 입점업체에 대한 합리적 수수료 부과, 신속한 판매대금 정산, 가맹점 지원 확대 등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역시 결제 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고, 소상공인 맞춤형 신용평가 시스템(SCB) 구축, 개인사업자 전용 마이비즈니스 데이터 도입 등 제도적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 원장은 빅테크의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빅블러’ 시대에 플랫폼의 운영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 국내에는 빅테크를 포괄하는 감독 체계가 본격 도입되지 않았지만, 이 원장은 모기업과 자회사를 아우르는 자체 리스크 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도 빅테크와의 정기 협의체를 운영하며 관련 정책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IT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강조했다. 이 원장은 “플랫폼 장애나 사이버 침해 사고는 수천만 이용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며 “IT 보안을 단기 비용이 아니라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도 통합관제시스템 도입, 보안 사각지대 점검 등 규제 측면에서 보완에 나설 예정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