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말, 군대 안갈 수 있나요?” 사이버 음지로 숨어든 ‘군 면제’ 브로커, 병무청 전담 수사관은 단 3명 [세상&]

병무청 內 군 면탈 조장 전담 수사관 3명
장비 노후화로 최신 스마트폰 수사에 난항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아린·김도윤 기자] 온라인상 병역 회피를 조장하는 정보를 게시하거나 유통하는 행위가 금지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입영 대상 청년들을 상대로 돈을 받고 면탈 꼼수를 유도하는 ‘군 면제 브로커’들의 범행은 더욱 교묘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실에 병무청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병무청은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1만203건의 온라인상 병역면탈 조장 정보를 삭제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3021건→2022년 1919건→2023년 2856건→2024년 2171건→올해 236건(8월까지)으로 병역면탈 정보 공유를 금지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삭제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단순 정보 게시에 그치지 않고 병역 의무자들에게 군 면제를 받게 해준다거나 신체검사 등급을 낮춰주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이른바 ‘병역 브로커’들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의 직무 범위가 병역법 개정에 맞춰 확대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 동안 온라인상에서 병역면탈을 부추긴 혐의로 7명이 검찰 송치되고 20명이 수사 중이다. 14명은 조사 또는 내사 단계에 있다.

신검 등급 하향·입영 연기해주겠다며 ‘컨설팅’…“많이들 상담받는다”


병무청과 경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병역 브로커 추적은 날로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들은 주로 연락처가 드러나지 않도록 익명성이 담보된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나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대면 만남을 유도한다. 이마저도 본인 계정이 아니다. 민감한 정보는 만나서 실제 수요자임을 검증한 후에야 공개한다. 계약이 성사돼도 대포통장으로 입금을 받아 범행의 몸통은 알 수 없도록 치밀하게 진행한다.

‘군 면제 브로커’와 카카오톡 오픈채팅 대화 재구성.


헤럴드경제가 ‘군대 갈 사정 안 되는 분 오세요’라는 제목의 URL(인터넷 주소)에 접속하자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연결됐다. 여기서 자신을 ‘병역 컨설팅 전문가’라고 소개한 브로커는 “병역 판정 검사를 받은 병무청 소재지가 어디냐” “입대 예정 날짜는 언제냐” 등을 상세히 캐물었다. 기자가 제시한 가상의 조건을 들은 브로커는 “사업이나 커리어 때문에 입대를 미루다 20대 후반에도 많이들 상담받으러 온다”며 “일정을 맞추려면 상담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톡은 보안이 약해서 만나기 전에는 자세히 답변해줄 수 없다”며 대면 상담을 제안했다.

병역면탈 브로커가 음지의 사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병역법 개정의 발단이 된 2023년 거짓 뇌전증 사건에서 병역 브로커 A씨는 15명으로부터 2억원이 넘는 비용을 챙기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병역 면제를 성사시켰다. A씨는 자신의 고객들에게 뇌전증 증상 연기를 주문하고 사설 앰뷸런스를 매수하는 등 실제로 아픈듯한 상황을 꾸몄다.

지난 2023년 거짓 뇌전증으로 군 면제 판정을 유도한 브로커가 자신의 의뢰인과 쓴 계약서.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당시 계약서를 살펴보면 A씨는 “갑은 을과 경련성 질환 발병에 대한 재검(병역처분변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계약한다”며 “경련성 질환 처방을 위해 을은 갑의 지시에 따라 진료를 받는다”고 명시했다. 계약 목적은 ‘최종 군 면제(예비군 면제 포함)’로 적시됐다. ‘을이 경련성 질환에 대한 치료를 지속함에도 군 면제를 받지 못할 경우 갑은 모든 금액을 환불 조치’한다는 조건도 적혔다. A씨가 사용한 계약서 양식에는 재신체검사·현역부적합·재병역판정·전환복무·의가사전역·공상보훈등록·보훈등급조정·생계유지곤란병역감면 등 계약 가능한 서비스가 유형별로 기재돼있었다.

병무청은 경련성 질환, 미주신경성 실신 등 속임수의 우려가 있는 질환을 따로 관리하면서 병역면탈을 추적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 5년간 병무청이 적발한 허위 진단서를 통해 위법적으로 입영을 연기한 사례는 3건이 있었다.

송문한 전 병무청 수사관은 “함정수사가 병역면탈 수사의 기본이 됐다”고 말했다. 송 전 수사관은 “면탈 교사범이 ‘정보만 알려줬다’는 식으로 우기면 불법이 성립하기 어려우니 전문 수사관도 범행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며 “결국 병역 의무자가 실질적인 잘못을 저질러 적발되고 일명 브로커는 처벌을 피하기 쉬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수사는 복잡한데 인력은 부족하다. 올해 9월 기준 병무청 특별사법경찰 60명 중 병역면탈 조장 전담 수사 인력은 단 3명 뿐이다.

병무청이 보유한 포렌식 소프트웨어 등 장비도 노후화 탓에 최신 범행 기법을 따라잡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인청이나 경부청 등 일부 광역수사대는 포렌식 장비를 아예 갖추고 있지 않다. 병무청 관계자는 “기존 장비로는 최신 스마트폰 데이터 획득이나 메시지 삭제, 기기 교체·폐기 등 디지털 증거 인멸 수사에 제한이 있다”며 “오래된 장비는 증거 분석 속도가 느리고 대용량 처리도 안되다 보니 수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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