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병원비 서류도 읽는다”…한화생명, ‘진료비 표준화’ 특허 취득

병원마다 다른 진료비 내역 AI가 자동 인식·정리
데이터 자산화로 상품 개발·보험심사까지 확장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DX) 가속화 사례 평가


서울 여의도 63빌딩 전경. [한화생명 제공]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한화생명이 병원마다 제각각인 진료비 내역서를 인공지능(AI)으로 자동 인식하고 표준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보험금 청구 때마다 제각각 제출되는 서류를 AI가 읽고 정리하면서 보험사가 실제 치료비 흐름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진료비세부내역서 OCR(광학문자인식) 인식·정제·표준화 프로세스’에 대한 특허를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취득했다. OCR은 문서나 이미지에서 글자를 자동으로 읽어내는 기술로, 한화생명은 이를 병원 진료비 세부내역서에 적용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5년간 3억건이 넘는 진료·처방 데이터를 AI로 인식·저장하고, 병원마다 다른 항목명을 하나의 기준으로 묶는 정제·매핑(연결)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다.

이 과정을 자동화해 데이터가 주기적으로 갱신되도록 만든 것도 특징이다. 이 기술은 ‘정보처리방법 및 이를 위한 전자장치’라는 이름으로 특허청에 등록됐다. 등록일로부터 20년간 한화생명이 독점 권리를 가진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진료비 내역을 단순한 청구 서류가 아닌 ‘데이터 자산’으로 전환한 데 있다. 병원마다 다른 진료항목과 코드, 약품명이 AI를 통해 표준화하면 실제 치료 패턴과 비용 흐름을 통계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보험사는 고객에게 꼭 필요한 보장 영역을 근거 있게 설계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이 데이터를 이미 상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시그니처H보장보험’의 암검사비용지원S특약, 로봇수술S특약 등은 표준화된 경험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치료 빈도와 비용을 반영해 불필요한 보장을 줄이고 필요한 항목의 보장 폭을 넓혔다.

또한 상품기획 단계에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시각화 대시보드도 구축해 과거 평균이 아닌 최신 의료비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게 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AI가 진료비 데이터를 정확히 인식하고 구조화하면서 상품개발과 리스크 관리의 정밀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보험금 청구서류를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바꿔 보험의 효용 자체를 확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이번 특허를 단순한 기술 성과가 아닌 보험산업 디지털 전환(DX)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한다.

보험사는 그동안 청구 서류를 사람이 일일이 검토하거나 외부 전산에 의존해 확인해 왔다. 이번처럼 AI가 직접 데이터를 인식·표준화해 자산화한 사례는 업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장기적으로 보험사 전반의 AI 업무 영역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언더라이팅(가입심사), 보험금 자동심사, 위험률 산출 등에서도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진료비 데이터를 정형화하면 보험사가 질병·치료·비용 구조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며 “소비자 맞춤형 보장 설계와 리스크 관리가 동시에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반 의료데이터 분석이 본격화되면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도 커질 전망이다. 일단 보험 가입 시 본인의 연령·질병 이력뿐 아니라 실제 의료비 통계가 반영돼 보다 합리적인 보험료 산정이 가능해진다. 또한 진료비 항목이 자동으로 표준화되면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도 서류 누락이나 심사 지연이 줄어들게 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데이터 품질이 곧 보험의 신뢰”라며 “AI 표준화 기술은 소비자 중심의 보험서비스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의료데이터가 공공·민간 간에 연계되면 보험의 사회적 역할도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