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산업에 5700억원 투입…철근 설비는 구조조정, 특수탄소강은 투자 확대

경제 및 산업경쟁력회의 ‘철강산업고도화방안’ 발표
형강·강판 등 범용재에 대한 생산 조정
특수탄소강 등 미래 유망 품목 투자 강화
보호무역 대응해 수출보증상품 신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 관세정책 등으로 위기에 처한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피해 기업에 57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관세 피해기업은 지원하되 경쟁력이 떨어진 철근 등 범용재의 구조조정에 착수하고, 고부가·저탄소 제품 전환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산업통상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의 쌀’이자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인 철강 산업이 수출 급감과 내수 침체, 글로벌 공급과잉 등 삼중고에 처하자 정부는 업계 자율 컨설팅,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활동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먼저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력 약화 품목에 대한 선제적 조정에 착수, 철근을 비롯해 형강, 강판 등 범용재에 대한 생산 조정에 나선다.

특히 철근은 수입재 침투율이 3% 수준으로 낮고 기업의 자발적 설비 조정 노력이 미진해 설비 조정 중점 대상으로 선정했다. 정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 철근 설비 조정에 나서도록 세제 등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한편, 국회에서 추진하는 철강산업 특별법 등을 통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형강·강관 등 기업의 자율적 설비 조정 계획이 있는 경우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등 지원을 검토하고, 열연·냉연·아연도금 강판 등 수입재 침투가 높은 품목은 수입 대응을 선행한 뒤 단계적으로 설비 감축 여부를 검토한다.

전기강판, 특수강 등 경쟁력을 유지한 품목은 과감한 선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신성장 원천 기술 지정 및 연구개발(R&D) 지원 등에 나선다.

미국의 50% 철강 관세와 유럽연합(EU)의 철강 저율관세활당(TRQ) 도입 검토 등 수출 장벽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간 공식·비공식 협의를 통한 대응을 강화하고, 수출 기업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지원은 강화한다.

우선 지난 9월 ‘미 관세협상 후속 지원대책’에서 발표한 철강, 알루미늄, 구리, 파생상품 수출 업체를 위한 총 5700억원 규모의 특화 지원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4000억원 규모의 철강 ‘수출공급망 강화보증 상품’과 중소·중견기업 대상 이차보전 사업 1500억원 지원이 포함된다. 미국 관세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200억원의 긴급 융자자금도 편성한다.

불공정 수입재 유입을 막기 위한 대응도 강화한다. 내년부터 수입 철강재에 대한 품질검사증명서(MTC) 도입을 의무화해 조강국과 품질 확인을 강화하고, 제3국 및 보세구역을 통한 반덤핑 관세 회피를 차단하는 등 우회 덤핑 규제를 강화한다.

특수탄소강 등 미래 유망 품목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 10개 특수탄소강 R&D를 위한 2000억원 규모의 지원에 나서고, 현재 12% 수준인 특수강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높여 일본(17%)을 넘어서고 독일(38%)과 경쟁하는 수준이 되도록 지원한다.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된 국내 우수 철강재가 납품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인프라 설비 등에 우수 철강재를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조 공정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철강 특화 AI 모델 개발에 나선다.

저탄소 공정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도 본격화한다.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90% 줄일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 전환이 필요한 만큼, 지난 6월 8100억원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기로 확대, 스크랩 수급 안정화, 저탄소 인증제도 도입 등을 통해 철강산업의 ‘그린 전환’을 가속할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석유화학업계에 자율 구조조정이 부진하다며 수위 높은 경고도 내놨다.

그는 “석유화학 사업재편은 지난 8월 업계 자율협약을 체결한 이후로 ‘대산 산업단지’에서 논의가 일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면서도 “금융권도 공동협약으로 금융지원의 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산단과 기업의 사업재편이 여전히 지지부진해 업계의 진정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모든 산단과 업계가 ‘속도전’을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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