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대통령실 개입 의구심 더 커져
항소포기로 수천억 범죄수익 환수 무산
검찰 내 ‘정치 편향성’ 논란 재점화
법조계 “윗선은 자리보전만 힘써” 격앙
검찰 개혁 동력 약화 우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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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1심 재판에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하면서 후폭풍에 거세지고 있다. 포기 하루 만에 사의를 밝힌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과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이 입장문을 통해 공방을 벌이면서 ‘윗선 진실공방’이 심화하고 있으며, 검찰의 정치 편향성 논란 또한 불이 붙고 있다. 수사·공판 담당 검사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부당 외압 의혹이 대검·법무부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향하고 있다.
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노 대행과 연수원 동기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박영빈 인천지검장·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이 게시됐다. 대검 수뇌부를 향한 이례적인 집단 성명이다.
일각에서는 “정권만 바뀌었을 뿐 올초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즉시항고 때 내홍과 다를 바가 없다”는 비판도 나오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검찰 개혁의 동력이 크게 약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항소 포기로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례적 항소 포기 총장 대행의 결정? 법무부, 대통령실 외압 의혹으로 번져= 수사·공판 담당 검사들의 반발에 이어 중앙지검장까지 사퇴하자 이례적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외압 의혹은 대검·법무부는 물론 대통령실을 향하게 됐다. 항소 포기는 대검 차원의 판단이 아닌 법무부-대통령실 간 교감 끝에 이뤄진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중앙지검 수뇌부는 5일 오후 4시쯤 항소를 결정한 뒤, 대검 반부패부에 보고서와 항소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대장동 사건 수사에 참여한 강 검사는 “수사팀 및 공판팀은 ‘대검 내부적으로도 항소할 사안으로 판단한 후 법무부에 항소 여부를 승인받기 위해 보고했지만, (정성호) 장관과 (이진수) 차관이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일선 검찰청은 주요 사건의 수사·재판 경과를 수시로 대검에 보고한다. 대검이 이를 법무부에 보고하면, 법무부는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에 보고하는 게 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민정수석은 봉욱 전 대검 차장, 민정비서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을 변호한 이태형씨다.
특히 사건 보고 라인에 있는 검찰 수뇌부의 말이 엇갈리면서 ‘진실’을 요구하는 검찰 내외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만석 대행은 항소 포기와 관련해 “저의 책임하에,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한 뒤 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 지검장은 사의를 표명하며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고 했다. 대장동 수사·공판팀은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날 대검찰청 연구관들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노 대행에게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관계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전달하고 사퇴를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李대통령 재판에도 영향 불가피, 범죄수익 환수 ‘무산’=검찰의 항소 포기는 대장동 관련 이 대통령 재판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상당한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재판이 중단된 이 대통령 사건의 핵심 혐의는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성남시에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다.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 등 사건 1심에서 대장동 개발 계획 수립의 정점에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직접 민간업자들을 사업 시행자로 내정했거나 지시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유착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유 전 본부장 사건 2심에서 이 대통령의 관여 여부와 배임죄 성립 여부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됐다.
검찰의 항소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범죄수익 환수도 무산됐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을 경우 형량은 물론 추징금 또한 1심 범위 내에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일당의 배임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챙긴 범죄 수익 중 일부에 대해서만 추징을 선고했다. 김만배씨 428억 165만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8억 1000만원, 정민용 변호사 37억 2200만원 등 총 473억여원이다. 향후 2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추징할 수 있는 범죄수익 상한은 473억원으로 상단이 막히게 된 것이다. 검찰은 지난 2023년 1월 대장동 일당을 공직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추가 기소하면서 이들이 얻은 범죄 수익을 7886억원으로 산정하고 전액 추징을 구형한 바 있다.
▶尹구속취소 즉시항고 포기와 ‘판박이’= 일각에서는 올초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를 놓고 대검 수뇌부와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빚은 ‘내홍’과 판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특수본 수사팀은 “‘구속기간 불산입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산정해야 하므로 검찰의 공소제기가 구속기간 만료 후 이뤄졌다’는 취지의 판단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했으나 대검은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당시 심우정) 검찰총장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을 존중해 특수본에 윤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검찰 내외부에서는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치검찰’이라고 해도 정도껏 해야 할 것 아닌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도 정치적 중립이 확보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정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 없이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면 검찰청법 위반에 해당할 것”이라고도 했다.
윤호·안세연·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