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방산·반도체 산업 고도화 위한 규제 혁신
재계 ‘3차 상법 개정 속도조절’·‘AI지원법’ 촉구
금융권 CVC 완화는 난망…포용금융확대 과제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관세·통상 협상을 마무리하고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규제를 신속하게 정리해 나가겠다”고 약속하면서 본격적인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산업 분야인 인공지능(AI)와 바이오, 재생에너지 등 분야와 글로벌 경쟁우위 산업 분야인 조선·방산·반도체 분야의 규제 완화·철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AI·바이오·재생에너지 등 신산업부터 ‘규제 제로’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기업의 모험 투자를 위한 재정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전날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여러분께 필요한 것은 제일 큰 게 규제 같다”면서 “규제 완화 또는 해제, 철폐 중에서 가능한 것이 어떤 것이 있을지를 실질적으로, 구체적으로 지적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연구·개발(R&D) 또는 위험 영역에 투자해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우리(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인수한다든지, 손실을 선순위로 감수한다든지 이런 새로운 방식들도 저는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을 통한 정책금융이나 보증·융자 지원 등 과거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이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처음 새롭게 제안한 것이다.
현재 정부가 채권을 매입해 지원하는 경우는 2022년부터 시행 중인 새출발기금이 유일하다. 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를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채권을 매입하여 채무를 재조정하는 것으로, 이는 부실채권을 매입해 부담을 완화하려는 목적이지 R&D 투자 지원 성격은 아니었다.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올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으로 책정했는데, 미래 전략산업 육성 등 분야에서 위와 같은 방식이 검토될지 주목된다.
▶AI 지원법 통과 추진될까…국가AI위원회서 마련
또한 재계의 애로사항도 수용될지 관심이 몰린다. 경제계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의 속도 조절, 최근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발된 ‘반도체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 특별법) 과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의 신속 처리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개발과 관련한 적기 투자 지원을 위해 AI 데이터센터 세제지원 확대 및 전력·용수 지원, AI 인력 육성시책 마련 등을 담은 인공지능 지원법안의 통과도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 해소, 경쟁이 치열한 첨단산업군에 한해 금산분리 및 동일인 규제 등을 예외 허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중 AI 지원법은 국정과제에도 명시된 만큼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정부는 국가AI위원회를 통해 규제 선제 발굴, 개선, 규제 최소화를 원칙으로 하는 ‘AI 기본법’ 시행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국가AI위원회는 민·관의 AI혁신역량을 총집결하고 범부처 AI 전략, 정책에 대한 조정력 발휘하는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로 격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국무조정실 주도로 추진되는 경제·산업 도약을 위한 신산업 규제 재설계 추진방안으로는 AI·바이오헬스 분야 규제를 ‘제로’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가 핵심 신산업에 대해 일정 기간(3년, 5년 등 규제적용 배제, 글로벌 미니멈 규제를 목표로 규제를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부처별 분절화된 운영에 따른 기업 불편 해소를 위해 규제샌드박스 신청-심의-실증- 법령정비-상용화 전주기 통합관리를 맡는 ‘(가칭)규제샌드박스 운영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도 추진된다. 또한 지자체의 규제특례 설계와 중앙정부의 정책패키지(정책금융, 인프라 등) 제공을 위해 대규모(초광역 포함) 특화산업 성장 공간인 ‘메가 특구’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산업을 위한 규제 완화 방안으로는 조선·방산·반도체 등 경쟁우위 산업 고도화를 위한 규제 혁신, 형벌 중심 제재에서 민사적 책임 중심으로의 전환 등 경제형벌합리화가 추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15일과 10월 16일 두 차례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개최하며 신산업 규제 완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첫 회의에선 ‘AI 3대 강국을 위한 데이터 활용 규제 합리화’ 전략과 ‘미래산업엔진인 자율주행, 로봇산업 규제 합리화’ 논의를 이어갔다. 두번째 회의에선 K-바이오, K-재생에너지, K-컬처 3개 분야를 중심으로 규제 개선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향후 여러 차례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어지는 회의에서 각 분야별 규제 혁신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권의 기대를 모았던 기업형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 방안 등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은 실행까지 당분간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투자한 기업의 지분을 차지하는 대신 CVC 제한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는 우선 금융권을 중심으로 포용금융을 확대하는 등 이자수익 환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통령은 최근 “현재 금융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이른바 ‘금융계급제’”라고 지적하는 등 금융권을 향한 비판 수위를 올리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 등 당국은 금융지주들을 소집해 포용계획을 점검하는 등 포용금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혜현·고은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