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장 “금산분리 완화 없이도 CVC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 활성화 가능”

금산분리 원칙 “근간 훼손 안 돼” 재차 강조
민생 조사 강화…경인 사무소 신설 추진
원자재 담합·하도급 대금 문제 집중 점검

[헤럴드경게=양영경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5일 “금산분리를 완화하지 않더라도 다른 규제 완화를 통해 전략산업 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다”며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제도와 규제 정비 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금산분리 완화 요구에 대해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적 고수’ 이렇게까지 강하게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그 근간을 훼손하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주 위원장은 지난 21일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투자와 관련한 금산분리 완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최후의 수단”이라며 신중론을 견지한 바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


그는 “금산분리 원칙은 선진국들이 여러 경제 위기를 겪으며 산업과 금융의 위기 전이를 차단하기 위해 발전시킨 규제 원칙”이라며 “금융기관의 사금고화, 그래서 개별 기업 집단들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라든지 총수 일가가 지배력을 확장하는 이런 문제를 더 심화시키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산분리가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총수일가가 관계없는 업종에 문어발식으로 많게는 200여개, 평균적으로 40여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지배하고 2·3·4세로 세습하는 비정상적인 선진국 경제가 유지되고 있다”며 “이런 경제력 집중과 왜곡된 인센티브가 주력 기업들이 기술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략산업 투자를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과 관련해 금산분리 완화 외의 대안이 충분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주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CVC 제도가 있고, 금산분리 완화가 아니라도 다른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면서 “규제로 인해 국민성장펀드 등이 투자되지 못하는 경우 그런 부분을 해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 활용 방안에 대해선 “정부가 후순위채권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고 이는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는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며 “정부 기금은 시간이 지나면 민간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부처 간 단일한 입장을 도출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마무리 시점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첨단전략산업 투자 목적 SPC 설립을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선 “공정거래법은 일반법이기 때문에 굳이 개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반도체특별법 등 특별법에서 조정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민생 분야 대응과 조직 확대와 관련해선 “가맹사업, 하도급, 플랫폼 기반 시장 등 민생 분야 사건이 많다”며 “경기·인천 지역사무소 신설로 수도권 조사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물가와 직접 연결되는 원자재 담합 조사에 대해 “돼지고기와 설탕 품목 모두에서 업체 간 가격 담합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 결과 판단하고 있다”면서 “심사보고서는 이미 송부됐으며, 업체 의견 청취 후 심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밀가루 역시 전담팀을 구성해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도급 대금 지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3중 안전장치’ 도입 계획을 소개했다. 주 위원장은 “지급보증제 강화, 발주자 직접지급,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의무화로 하도급 업체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중 중점 과제로는 재벌 지배구조 투명화와 원·하청 불공정 개선을 제시했다. 그는 “총수 일가가 작은 지분으로 많은 기업을 지배하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 기술 탈취 등 중소기업이 혁신 대가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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