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대출 막히자 퇴직연금에 손 댔다…중도인출 ‘역대 최대’

중도 인출사유 보니 ‘주택 구입’ 절반 이상
원리금보장형 비중 줄고, 실적배당형 늘어
“수익률 격차가 투자 성향 변화에도 영향”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지난해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인원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3만8000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총적립금은 431조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했다.

퇴직연금 도입 대상 사업장 164만6000곳 중 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은 43만5000곳으로 1년 전보다 1.4% 늘었고, 도입률은 26.5%로 전년과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중도 인출 규모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중도 인출 인원은 6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4.3% 늘었고, 인출 금액은 3조원으로 12.1% 증가했다. 중도 인출 인원과 금액 모두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한 것이다.

중도 인출 사유를 보면 주택 구입이 56.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52.7%)보다 3.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어 주거 임차가 25.5%, 회생 절차가 13.1%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이하에서 주거 임차 목적의 인출 비중이 높았고, 그 외 연령대에서는 주택 구입 목적이 가장 많았다.

특히 지난해 주택 구입 목적의 중도 인출 인원은 3만8000명, 금액은 1조8000억원으로 인원과 금액 모두 2015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노후 자금인 퇴직연금까지 활용해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늘어난 반면 신용대출은 감소한 상황”이라며 “퇴직연금 중도 인출로 주택 구입 자금을 보완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이 214조원(49.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확정기여형(DC)은 116조원(26.8%),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99조원(23.1%) 등의 순이었다.

DB형 비중은 전년보다 4.0%포인트 감소하며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온 반면, IRP는 세액공제 확대 등의 영향으로 3.1%포인트 증가했다. IRP 가입 인원은 359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1.7% 늘었다.

운용 방식별로 보면 원리금보장형이 74.6%로 가장 많았고, 실적배당형은 17.5%, 대기성 자금은 8.0%를 차지했다. 원리금보장형 비중은 전년보다 5.8%포인트 줄어든 반면, 실적배당형은 4.7%포인트 증가했다.

데이터처는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을 보면 원리금보장형은 2.49%, 실적배당형은 4.77%로 약 1.9배 차이가 난다”며 “이 같은 수익률 격차가 투자 성향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권역별 적립금 규모는 은행이 224조원(52.1%)으로 가장 컸고, 증권이 104조원(24.1%), 생명보험이 82조원(19.1%)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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