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칼럼] 두쫀쿠 열풍에 코스피 불장…단맛 디저트 유행하면 주가도 오른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장중 5000을 달성한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밝게 웃고 있다. 이상섭 기자



#1 20대 후반 박모씨는 최근 가족 모임을 앞두고 부모님과 어른들께 부탁을 받았다.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나 몇 개 사와라”는 것이었다. 박씨는 서울 잠실 한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제과점에 줄을 서서 개당 6000원인 두쫀쿠 여남은 개를 샀다. 첫 맛을 본 어른들 평은 가지각색이었다. “쫀득하긴 하네” “깨송편 소같네” “엄청 달달하네”. 카다이프(중동의 국수면)나 피스타치오, 마시멜로 등 재료와 레시피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스타요리사인 안성재 셰프의 두쫀쿠 만들기 유튜브 영상도 대화 화제였다. 박씨의 어린 조카부터 또래 사촌형제, 50~60대 어른들까지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두쫀쿠에 대해 한마디씩 거들지 않는 이가 없었다.

#2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40대 중반 차모씨의 직장에선 모이기만 하면 주식 얘기다. 주식 투자를 하면 하는대로, 계좌가 없으면 없는대로, 본인 사례 건 친구나 동네 사람 얘기건 할 말들도 참 많다. 크게는 세 부류다. 코스피 불장에 며칠 몇 개월만에 월급·연봉만큼 번 사람, 그 와중에도 내 종목만 푸르딩딩한 사람, 아예 주식을 안 하는 사람. 차씨가 자주 어울리는 직장 동료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주식을 할까말까 망설이고 있다는 한 직원이다. “그가 장에 들어가는 시점이 주식을 털고 나와야 하는 때”. 차씨와 동료들이 놀리듯 곧잘 하는 말이다.

두쫀쿠 열풍에 젊은이들 뿐 아니라 중장년까지 가세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 이어 신문, TV뉴스 등 기존 언론에서도 최근 1~2주간 크게 다뤘다. 제과점과 카페, 편의점, 백화점은 물론 디저트와 전혀 상관없는 한식 중식 분식집까지 두쫀쿠 판매에 가세했다. 두쫀쿠 열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기성세대와 기성 언론까지 나섰으니 바야흐로 정점을 찍은 것인가.

두쫀쿠 열풍은 대략 지난해 9월 시작돼 11월부터 본격화됐고, 올들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공교롭게 코스피의 고속 상승장과 겹쳤다. 같은 기간 3000초반에서 5000선까지 파죽지세로 올랐다. 증시 쳐다도 안 보던 사람들까지 가세했으니 이제 고점을 찍은건지 낙관과 회의가 교차하는 모양새가 두쫀쿠 열풍과 닮았다.

“달달하지만 과연 언제까지?”…‘닮은 꼴’ 코스피 불장과 두쫀쿠 열풍=일단 달달하다. 빨간 불이 켜진 종목도, 초콜릿 속 마시멜로에 싸인 녹색의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범벅도. 비슷한 점은 또 있다. “나만 소외될 수 없다”는 강력한 심리적 동인이다. 두쫀쿠의 인기에는 젊은이들의 유행에 아이돌스타들까지 ‘인증’에 나서면서 확산된 ‘또래 압력’(peer pressure)이 강력하게 작용했다. 이것이 어린 세대와 중장년층 등 전세대로 번졌다. 지금 불장의 추동력 중 하나는 ‘포모’(Fear Of Missing Out) 신드롬이다. 남들이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을 보고 조바심을 느끼며 너도 나도 투자에 나서는 현상이다.

주식이든, 두쫀쿠든 향후 추세를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 점도 유사하다. 당장 입에 쩍쩍 달라붙는 달달함의 끝에는 “과연 이게 맞나” 싶은 회의가 스며든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뒷맛에 섞여든다. “지금 주가가 이렇게 뛰는 게 정상적인가” “이게 과연 이만큼 돈을 주고 줄을 서면서까지 사먹을 것인가”. 주가가 실물경제 흐름과 미래 가치의 반영인지 오로지 심리적인 기대일 뿐인지 알 수 없다. 두쫀쿠의 인기가 제품의 실제 ‘효용’(맛, 영양) 덕분인지 단지 ‘인증’ ‘보여주기’의 만족감 때문인지 의문이다.

‘그 다음’에 기대와 요구도 비슷한 양상이다. 투자시장과 유통시장 모두 늘 ‘다음’을 필요로 한다. 투자 시장에선 크게 보면 주식 다음이 금이 될지, 코인이 될지, 부동산이 될지 모른다. 증시에서만 봐도 반도체와 로봇 그 다음이 문제다. 분명한 건 주식 상승장도, 반도체 주도장도 언젠가는 꺾일 것이라는 점이다.

‘디저트 시장’도 다음이 필요하다. 한때 ‘뚱카롱’(두꺼운 마카롱)이 유행했다. 대만 카스텔라도 열병처럼 번졌다. 한집 건너 하나씩, 하루가 멀다하고 탕후루 전문점이 생기던 게 불과 2년여 전이다. ‘두쫀쿠’는 국민 디저트의 하나로 안착할 것인가, 반짝 인기로 사라진 제2의 ‘탕후루’가 될 것인가.

과거와 다르다, 한국 시장의 ‘특이점’?=특정 디저트 유행이나 주식 상승장은 오늘 처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먼저 전례없는 상승·확산 속도다. 코스피는 1000(1989년 3월 31일)에서 2000(2007년 7월 25일)까지 약 18년 3개월, 2000에서 3000(2021년 1월 7일)까지 약 13년 5개월, 3000에서 4000(2025년 10월 27일)까지 약 4년 9개월 걸렸다. 4000에서 5000까지는 채 3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두쫀쿠의 판매량 증가 속도도 어마어마하다. 1월 중순 기준 CU, GS25, 세븐일레븐 등의 관련 상품 판매는 짧게는 출시 10일, 길게는 3개월만에 수십만~수백만개에 이르렀다고 한다. 각 백화점에도 팝업 스토어가 속속 들어섰으며, 전국 프렌차이즈 빵집부터 카페, 디저트전문점 등에서도 연일 조기 매진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디저트와 상관없는 냉면집, 마라탕집, 초밥집, 국밥집, 반찬가게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어 사실상 집계가 무의미할 정도다. 음식배달앱을 통한 주문도 이달 들어 전월대비 최대 10배까지 늘었다.

코스피 불장이나 두쫀쿠 열풍 모두 다른 나라 시장과의 ‘동조화’가 약해지고, 한국 시장의 특수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지난 20일까지 코스피는 1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원화 약세에 주식 강세장이 동반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 위협이나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상승률은 작년 세계 증시 1위였다. 올해에도 미국 반도체 관세 위협이나 그린란드 매입 추진에 따른 유럽과의 갈등 등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줄곧 오름세였다. 두쫀쿠는 이름과 달리 한국에서 창안된 제품이다. 두바이 초콜릿과 카다이프를 사용했지만, 한국의 제과업체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두쫀쿠는 특히 과거 대만 카스텔라나 탕후루 때처럼 신규 프렌차이즈 업체 중심으로 인기가 확산되지 않고, 대형 유통업체에 자영업자들까지 대거 가세해 판매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전문점이 아니라 일반 식당에서도 일종의 후식이나 ‘미끼 상품’으로 팔고 있다. 레시피가 쉽고, 별다른 시설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뚱카롱·대만카스테라·탕후루 때도 코스피 상승장…한국 증시의 ‘디저트 지수’?=‘호황엔 미니스커트, 불황엔 롱스커트’라는 주장이 있다. 경기가 좋으면 여성들이 값비싼 실크스타킹을 보여주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입고, 반대의 경우엔 스타킹값을 아끼기 위해 긴 치마를 입는다는 가설인데, 1926년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가 제시했다. ‘헴라인 지수’라고 부른다. 2010년 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에선 1921~2009년까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경기가 좋아지면 약 3년간의 시차를 두고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불황기엔 여성은 립스틱을 많이 구매하고 남성은 팬티 구매를 줄이는 대신 넥타이는 밝은 색으로 더 산다는 얘기도 있다. 각각 ‘립스틱 지수’ ‘팬티 지수’ ‘넥타이 지수’라고 한다. 비경제적 지표와 경기 변동간의 상관관계를 찾거나, 소비 트렌드에서 경기 변동의 선·후행 지표를 발견하려는 노력인데, 모두 엄밀하게 검증되거나 연구된 이론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공교롭게 시기가 겹친 코스피 불장과 두쫀쿠 열풍처럼 단 맛 디저트의 급속한 유행과 증시 경기는 어렴풋하게라도 상관관계가 있을까. 유행의 시기와 정도를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가볍게나마 대충 추정은 해볼 수 있다.

먼저 마카롱이 ‘뚱카롱’으로 한국화하며 인기를 급속히 얻었던 때다. 마카롱은 2010년대 초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가 국내 백화점에 입점하면서 고급 디저트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2014년쯤 대중화돼 2017년 정도부터 ‘뚱카롱’으로 변형된 제품들이 크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대서특필된 신문기사들이 2019년 5월 정도 확인되는 것으로 봐 그때가 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때의 코스피를 보면 골목마다 마카롱 판매점이 들어서고 뚱카롱 판매가 늘었던 2016년 중반~2018년 4월엔 2000선에서 2500선까지 상승세였고, 2018년말까지는 2000선까지 떨어졌다. 그러다가 뚱카롱 인기 절정기인 2019~2020년초엔 2250선까지 완만히 회복됐다. 마카롱·뚱카롱 유행 시기이자 코스피 상승기였던 2016년말~2017년초는 대만카스텔라 인기의 절정기이기도 했다.

탕후루는 뚱카롱보다는 짧고 대만 카스텔라보다는 좀 긴 유행 주기를 보였다. 2022년말부터 젊은층에서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해 2023년 봄에서 여름까지 극성기였다. 한 탕후루 프렌차이즈 전문점의 경우 가맹점이 2023년 2월 전국 50여개에서 5개월여만에 6배인 300개에 이르렀다는 보도도 있을 정도였다. 코스피는 등락이 있었지만 탕후루 인기 절정기인 2023년 1월 2200선에서 8월 2600선까지 대체로 상승 곡선을 탔다. 코스피는 9월부터 2~3개월 간 급락했는데 전국의 탕후루 전문점도 폐업이 이어지면서 대만 카스텔라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인과관계는 없지만 시사점은 있다=사회현상으로까지 번진 대표적인 단맛 디저트 제품을 예로 들었지만, 이들 제품 말고도 흑당 버블티, 와플·크로플(크로아상+와플), 앙버터, 소금빵, 벌집아이스크림, 명랑핫도그 등 다양한 빵, 제과류 등이 길고 짧은 인기를 누렸다. 일부는 메뉴판에 살아남았고, 일부는 추억이 돼 버렸다. 이들까지 더해 엄밀히 연구를 한다면 디저트 유행과 경기·주가 변동 사이의 상관관계가 더 드러나 한국 경제의 ‘디저트 지수’라는 것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우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인과관계나 상관관계가 굳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시사점은 있다.

첫째, 개별적인 시장과 패션·음식 등의 유통 트렌드가 강력한 상관관계로 묶일 수 없더라도 경기와 유행은 실물경제와 실제 효용만큼이나 ‘심리’가 강력한 동인이라는 것은 분명한 공통점이라는 사실이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투자심리’고 소비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소비심리’다. 경기 변동에 따라 동조화될 가능성이 높고, 경기 변동 자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둘째, 웬만한 밥값을 훌쩍 넘어버리는 값비싼 디저트의 유행은 ‘경기에 대한 낙관론’과 ‘고물가 저소득에 대한 불안’이라는 모순적 상황을 동시에 보여준다. 보통 경기와 외식비는 비례하고 불황 땐 사치성 소비를 줄인다. 대부분 사람들에겐 한끼에 수십만원인 ‘파인 다이닝’(고급 요리)은 그림의 떡이다. 대신 ‘가성비 사치’를 누리는 방법이 디저트에 돈을 쓰는 것이다. 최근 트렌드의 키워드로 등장한 ‘작은 사치’ ‘경험 사치’다.

셋째, 코스피 불장 역시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동시에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괴리가 확대된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몇 개월간 코스피 상승장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정부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 외국인 자본의 유입 등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원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고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늘었으며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대만이나 미국에 추월당했다.

넷째, 투자시장의 ‘작은 사치’가 주식 투자일 수도 있다. ‘파인 다이닝’을 즐길 수 없는 현실을 1만원짜리 디저트의 달달함으로 보상받으려는 것처럼, 수십억원 서울 아파트에 투자할 수 없는 열패감을 수십만~수천만원 짜리 주식 계좌 빨간불이 자아내는 도파민으로 상쇄하려는 심리가 코스피 불장으로 나타난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단맛과 빨간불은 강력한 자극이고 항(抗)스트레스제이자 항우울제이며 ‘인증샷’의 소셜미디어 시대에 ‘나도 경험자(승자)’라는 표식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 증시는 모처럼 역사적인 호황기를 맞았고, 내수의 극심한 침체와 고용 불안 속에서도 소비시장과 청년층은 한국형 디저트의 대유행을 만들어냈다. 두쫀쿠 열풍을 두고 “자영업자들을 살린 단비”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코스피의 빨간불은 계속 켜지고, 제2, 제3의 두쫀쿠 열풍도 이어지길 기대한다. 지금은 기대와 불안, 낙관과 회의가 교차하는, 전례없는 한국 경제의 ‘특이점’일지도 모른다. 정부의 현명한 정책과 투자·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이 절대 중요한 순간이다. 빨간 불과 달달한 맛 이면에 숨겨진 지표와의 싸움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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