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항로·연료·탄소절감까지 관리
주요 선사 5곳 도입…KPI에도 반영
상선 넘어 레저 보트·어선까지 확장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실히 굳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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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이사 임세준 기자 |
“국내 주요 해운사 중 한 곳의 회장님이 저희 설루션을 도입한 뒤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이 설루션을 제대로 쓰려면 최고경영진도 알아야 한다.’ 그러고는 사장과 주요 임원들에게 직접 배에 올라가 체험하라고 특명을 내리셨죠. 그 사장님은 덕분에 10년 만에 배를 타셨다는군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아비커스 본사에서 만난 임도형 대표는 최근 국내 해운업계에 불고 있는 ‘자율운항 열풍’ 분위기를 묻자 이런 일화를 소개했다. 10년 만에 승선한 사장이 확인한 것은 사람 대신 인공지능(AI)이 최적의 항로를 찾고 연료 효율을 관리하는 ‘바다 위 테슬라’의 실체였다. 해운업계 거물들을 현장으로 이끈 자율운항 기술은 인력 문제 해결부터 안전성을 높이고 연료비 절감 등을 해결할 필수 기술이 됐다. 아비커스는 그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국내 회사다.
“기름값 100억 중 5억 절감”…선사들 열광시킨 수익성
아비커스는 2020년 HD현대 ‘1호 사내벤처’로 출범했다. 7명으로 시작한 조직은 5년여 만에 100여명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 상선용 설루션 ‘하이나스(HiNAS)’와 레저보트용 ‘뉴보트(NeuBoat)’ 사업 조직, 연구개발(R&D) 조직, 부산의 고객지원 조직을 갖췄다. 미국 마이애미에는 레저보트 자율운항 설루션 영업·마케팅 거점을 두고 있으며, 인터뷰 당일에는 전 세계 상선 보유량 1위 국가인 그리스로 상선용 설루션 영업 인력을 급파했다.
최근에는 상선용 설루션 ‘하이나스 컨트롤’을 국내 1위 해운사 HMM이 운용하는 선박 40척에 공급하기로 계약하며 화제가 됐다.
임 대표는 “대형 컨테이너선은 연간 연료비만 약 100억원에 달하는데, 하이나스를 쓰면 최소 5%인 5억원을 아낄 수 있다”며 “20년 운항 시 배 한 척당 100억원의 이익이 생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규제는 자율운항 도입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만들었다. 임 대표는 “2040년이면 탄소세가 연료값의 4~5배에 달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만으로 탄소 배출을 즉각 줄여주는 우리 설루션은 선사들에게 가장 확실한 ESG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다.
“KPI에 반영까지”…활용도가 경쟁력 된 시대
이 같은 경제성이 검증되면서 국내 시장에서는 빠르게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아비커스는 이미 2023년부터 HD현대 그룹 조선사에 하이나스 컨트롤을 표준으로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HMM을 비롯해 현대글로비스, H-라인,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 국내 5대 메이저 선사가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모두 선대 단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는 주류 설루션이 됐다. 현재까지 총 350척 이상의 수주 실적과 50척 이상의 선단 단위 운용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수준이다.
일부 선사는 경영진의 KPI(핵심성과지표)에 ‘하이나스 사용 비중’을 명기할 만큼 도입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임 대표는 “자율운항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선사의 경제적 경쟁력이 된 시대”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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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비커스가 만든 해상 상선용 설루션 ‘하이나스’의 화면 모습. [아비커스 제공] |
레벨 2 단계 상용화로 수익·데이터 축적 집중
당초 선박 제어 기술은 유럽·일본의 조선 기자재 업체들이 오랫동안 주도해왔다. 그러나 AI 기반의 인지·판단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인 한국이 치고 나갔다. 아비커스는 모기업인 HD현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설립 5년 만에 인지·판단·제어가 통합된 자율항해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2022년에는 ‘하이나스 2.0’을 탑재한 대형 선박이 세계 최초로 태평양 횡단(약 1만km)에 성공했다. 실제 대양 항해에서 AI 자율운항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입증한 것이다.
현재 하이나스 컨트롤은 시스템이 주변 상황을 인지·판단해 조타기와 엔진을 직접 제어할 수 있지만, 최종적 운항 책임은 항해사가 지는 ‘레벨 2’ 단계다. 다만 체감 성능은 자동차 업계에서 말하는 ‘레벨 2 플러스(+)’ 수준에 가깝다. 자율운항 단계가 더 고도화되려면 대규모 운항 데이터 축적 외에 법적·제도적 준비도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규제 샌드박스·특례법을 통해 실증 근거 정도만 마련된 상황이다. 임 대표는 “제도가 완성되기만 기다리기보다 레벨 2 중심의 상용화로 수익과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레저보트’ 자율운항 시장도 ‘쾌속’
아비커스는 상선을 넘어 전 세계 2500만척 규모의 레저보트 시장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한 척당 수억원에 달하는 레저보트의 이용자들은 의외로 복잡한 운항과 주차(도킹)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큰데, 이런 가려움을 정확히 긁어줄 수 있단 것이다. 임 대표는 “해외 이용자들은 ‘도킹 스트레스’ 때문에 배를 팔기도 한다”며 “테슬라를 타던 사람이 5억원짜리 자기 배에 아무런 자율 기능이 없는 걸 보면 얼마나 답답하겠느냐”고 말했다. 어선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또 다른 소형선 시장인 어선은 어업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해양 사고 예방이 시급한 과제다. 임 대표는 “AI 기반 견시 및 충돌 방지 기술은 고령화된 어업 인구의 사고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행안부 등과 진행 중인 ‘소형선 충돌 방지 시스템’ 개발 과제를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도 창출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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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이사가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사동 아비커스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AI 기업으로 진화…올해가 성과 원년”
임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아비커스를 단순한 자율운항 설루션 업체가 아닌 ‘AI 기업’으로 진화시키겠다는 생각도 전했다. 그는 최근 AI 기술이 인지부터 제어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엔드 투 엔드(E2E·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포함)’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테슬라가 FSD 버전 12부터 E2E 방식을 도입하며 수십만줄의 기존 코드를 걷어냈다. AI의 활용이 중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아비커스 역시 AI 기반 자율운항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올해는 전 세계 바다에서 본격 성과를 내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임 대표는 “올해 남은 국내 주요 선사들과의 계약을 마무리 짓는 동시에, 협력 중인 해외 선사들과의 수주 계약도 순차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굳히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은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