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IT 수출 호황…작년 경상흑자 1231억달러 ‘사상 최대’

한은, 연간 국제수지 잠정치 발표
전망치보다 80억달러 이상 많아
12월 기준 경상수지도 사상 최대
벌어들인 외화 해외유출 구조 우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1230억5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수출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 [연합]



지난해 한국 경상수지가 1230억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품목 수출 호황이 지난해 전반에 걸쳐 나타나면서 3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 이어진 영향이 컸다.

반면 겉으로는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며 외화가 유입되는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이 자금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투자 확대와 함께 다시 빠져나가는 ‘역설적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1230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은이 경제전망을 통해 제시한 전망치 1150억달러를 80억달러 이상 웃돌았다. 직전 연간 최대치(2015년 1051억2000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 흑자 규모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수출-수입) 흑자다. 연간 상품수지는 1380억7000만달러 흑자로 전년(1109억1000만달러)보다 24.5% 증가했다. 특히 작년 12월 경상수지는 1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흑자인 187억달러를 기록했다. 상품수지 역시 역대 최대 흑자(188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성장세를 견인한 효과가 컸다. 작년 12월 통관 기준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13.1%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IT 부문은 전년 동월 대비 32.4% 늘었다. 반도체가 43.1% 급증했고, 컴퓨터 주변기기(33.1%)와 무선통신기기(24.0%)도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비IT 품목은 2.1% 증가했다. 기계류·정밀기기(2.9%)와 의약품(27.3%)이 증가를 견인했으며, 화공품(-0.5%), 철강제품(-1.7%), 승용차(-4.2%)는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 수출이 27.9% 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10.1%), 미국(3.7%), EU(0.5%) 등 주요 시장에서도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일본은 7.0% 감소했다.

다만 서비스수지는 여행을 중심으로 적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서비스수지는 345억2000만달러 적자로, 전년(-294억3000만달러)에 비해 적자 폭이 확대됐다. 월별로 보면 12월 서비스수지는 36억9000만달러 적자로, 11월(-28억5000만달러)에 비해 적자 폭이 확대됐다. 겨울방학을 맞아 해외여행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됐다.

12월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47억3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이는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론 279억2000만달러로 전년(267억8000만달러)보다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2월 중 237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64억9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51억7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43억7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채권 위주로 56억8000만달러 각각 늘었다.

경상수지 흑자 역대 최대 이면에는 달러가 국내로 충분히 유입되지 않아 환율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등 흑자의 긍정적 효과가 체감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깔려 있다. 겉으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며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이 자금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반복되면서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지난해 전체 거주자의 해외 주식 투자 급증이 외환 시장 수급 측면에서 경제 펀더멘탈과 관련한 경상수지 흑자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도 지적했다.

상품수지에 쏠렸던 경상수지 체질도 바뀌고 있다. 직전 경상수지 흑자 최대치를 기록하던 2015년 당시 투자소득수지는 48억6000만달러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엔 300억달러(301억7000만달러)를 돌파하면서 경상수지 흑자의 25%에 달하는 수준으로 늘었다. 과거엔 해외 자산 투자는 외환보유액이나 은행이 중심이었지만 2024년부터는 연기금과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유혜림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