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153엔대 반등…자민 압승에 ‘엔저 트레이드’ 흔들

정치안정 기대에 엔매도 포지션 되감기
美금리 하락 겹치며 환율 변동성 확대


[헤럴드DB]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일본 자민당 압승 이후 엔화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그동안 시장을 지배해온 ‘엔저 트레이드(엔저를 이용한 투자전략)’가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 정치 불확실성 완화와 미국 금리 하락이 겹치자 ‘엔 매도·달러 매수’ 포지션을 되돌리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엔화는 달러당 154엔대 초반까지 올라섰다.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장중 달러당 153.82까지 상승했다. 전 거래일 대비 약 1엔가량 엔고·달러 약세로, 1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6일 이후 불과 며칠 사이 엔화는 약 3엔 가까이 반등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엔화 강세의 직접적인 계기로 일본 정치 지형 변화를 꼽는다. 지난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대승으로 정권 기반이 안정되면서, 재정 규율을 의식한 정책 기조가 부각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고, 이를 계기로 일본 정치 리스크를 반영해 쌓였던 엔 매도 포지션이 일부 되감기됐다는 분석이다.

마크 챈들러 바녹번 캐피탈 마켓 수석 시장전략가는 “자민당의 선거 승리 이후 투자자들이 선거 전후로 쌓아 올린 엔 매도·달러 매수 포지션을 정리하도록 압박받고 있다”며 “최근 엔화 반등은 방향 전환이라기보다 포지션 조정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글로벌 외환시장은 일본의 초저금리 기조를 전제로 한 ‘엔저 트레이드’에 크게 기울어 있었다. 엔화를 팔고 달러 등 고금리 통화를 사는 거래가 누적되면서 환율이 한 방향으로 쏠렸던 만큼, 정치 이벤트를 계기로 되감기 움직임이 나타나자 변동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는 저금리 엔화를 활용한 투자 전략 전반이 흔들린다기보다는, 과도하게 쌓였던 엔 매도 포지션이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해석에 가깝다.

뉴욕 외환시장 딜러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나온다. 한 딜러는 “전후 최다 의석 확보로 총리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의식되면서, 그동안 팔았던 엔화를 다시 사들이는 흐름이 나타났다”며 “시장에서는 강한 정치 기반을 얻은 일본 정부가 금융시장에 보다 배려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환경도 엔화 반등을 뒷받침했다.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매판매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미 장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약 0.05%포인트 하락했다. 미·일 금리 차가 소폭이나마 좁혀지자 달러 매수 포지션을 유지할 유인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환율 대응 가능성도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일본 재무성은 최근 엔화 급변동과 관련해 “시장 동향을 높은 긴장감으로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필요할 경우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엔 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던 투자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엔화 강세는 달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런던 외환시장에서도 엔화는 유로와 파운드 등 주요 통화 대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엔을 팔아 다른 통화를 사들이던 거래가 전반적으로 되감기되면서, 엔저 트레이드의 조정 여파가 여러 통화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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