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부지 등 물리적 인프라가 AI 산업 핵심 경쟁력
‘발전소 결합형’ 부상…국내에선 SGC에너지 등 추진
![]() |
| 챗GPT로 제작한 이미지.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의 패권이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한 인프라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기를 소요하며,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은 전력망 의존도를 낮추려 발전소 부지에 직접 데이터센터를 짓는 ‘온사이트(On-site)’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최근 SGC에너지가 발전소와 결합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11일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 인사이트(GMI)에 따르면, 2024년 982억달러 규모였던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연평균 35.5%씩 급성장해 2034년에는 약 1조9800억달러(약 2700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아울러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JLL)의 ‘2026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향후 5년간 최대 3조달러(약 4355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AI 데이터센터는 주요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격상되고 있는데, 최대 과제가 전력 확보다. 이를 가동할 전력·냉각·부지라는 물리적 토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란 점에서다. 일반 데이터센터의 랙당 전력 소비는 5~15kW 수준이지만, 고성능 AI 반도체로 구성된 AI 데이터센터는 랙당 30~100k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회계경영 컨설팅사 딜로이트는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4년 4GW에서 2035년 123GW로 3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발전소 부지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발전소+AI 데이터센터’ 결합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전력망에 의존해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AI 연산 전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은 영국 리즈 인근의 폐 발전소 부지(에그버러·스켈턴 그랜지)와 미국 버지니아주의 버치우드 발전소 부지에 각각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다.
특히 부지 내에서 생산된 전력을 직접 소비하는 온사이트 방식을 적극 활용하며, 2030년에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약 38%가 이 방식을 도입하며 전력 자급자족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공용 전력망의 과부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AI 데이터센터 운영의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국내에서도 전력 과밀화 된 수도권을 벗어나 전북 군산, 전남 해남, 장성, 경북 구미 등 전력 확보가 유리한 지방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단지가 조성되는 추세다. 대규모 연산용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온사이트 발전이 가능한 비수도권에 둥지를 틀고, 실시간 추론을 담당하는 엣지 데이터센터는 도심 및 인근에 자리잡는 식이다.
![]() |
| SGC에너지, KT, 미래에셋증권 경영진이 3일 서울 서초구 SGC에너지 본사에서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왼쪽부터 KT 조양호 상무, SGC에너지 이우성 대표이사, 미래에셋증권 김정수 IB 2부문 대표. [SGC에너지] |
국내 사례 중에는 최근 SGC에너지가 국내 주요 기업들과 손잡고 전북 군산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다. 사업지는 SGC그린파워가 보유한 약 3만5000평 규모의 부지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 규모는 약 4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SGC에너지의 자체 발전 전력을 주 전원으로 활용하고 한국전력의 전원을 백업으로 확보하는 ‘전력 공급 2중화(2N)’를 통해 안정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인근 공업 단지의 낮은 민원 가능성과 향후 예정된 국제 해저 광케이블 육양국(해저 광케이블을 지상 통신망과 연결하는 네트워크 시설) 설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유치를 위한 초저지연 네트워크 환경까지 보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당 AI 데이터센터는 기술적 차별화를 위해 해수를 활용한 친환경 냉각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며, 전력사용효율(PUE) 1.15~1.2 수준의 고효율 에너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구글의 핀란드 하미나 데이터센터와 비슷한 수준이며, 글로벌 평균치인 1.57와 비교하면 훨씬 높은 에너지 효율이다. SGC에너지는 KT, 미래에셋증권과 협약을 맺고 에너지 및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 사업 자금 조달 등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입주를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SGC에너지는 수요 업체의 조기 구축 요청에 따라 모듈형 방식을 도입, 한전 전력 공급 방식으로 1단계 40MW 규모로 연내 사업을 착수한다. 동시에 자체 발전소 건설을 진행하면서, 2028년 1분기 상업 개시할 계획이다. 이후 최대 300MW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전소와 데이터센터의 결합은 메가 트렌드”라며 “향후 SGC에너지는 에너지 공급사를 넘어 고부가가치 AI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기업 가치의 근본적인 재편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