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소송에 구조조정까지…英 BBC ‘고난의 행군’

英 공영방송 BBC, 최대 6억파운드 규모 예산 감축키로
미디어 환경 변하면서 수신료 납부 가구 급감
트럼프가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은 2027년 2월 시작


BBC가 수신료 수입 감소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내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BBC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도 진행되는 등 여러 난관에 처해있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영국 공영방송 BBC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송사에서부터 수신료 수입 감소, 이에 따른 구조조정에 이르기까지 사면초가에 처했다.

BBC는 수신료 납부 가구 수 감소로 인해 최대 6억파운드(약 1조원) 규모의 예산 감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력 감축과 일부 프로그램 폐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퇴임을 앞둔 팀 데이비 BBC 사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BBC는 보호종(Protected species)이 아니다”라며 향후 3년 동안 전체 비용의 10%를 절감해야 한다고 밝혔다. 데이비 사장은 유튜브와 틱톡 등 디지털 플랫폼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급부상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BBC가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BBC가 공공 서비스 방송을 재편하는 데 있어 “상당히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BBC가 절감하려는 예산 규모는 4억파운드(약 7800억원)에서 6억파운드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BBC의 구조조정은 수신료 납부자 수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것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BBC는 공영방송이라는 점 때문에 프로그램 중간에 상업광고를 받지 않고, TV 방송을 수신하는 가구에서 나오는 수신료로 운영 비용의 70% 가량을 충당한다. 최근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이용하며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가구가 많아져, BBC의 수익도 가파르게 줄고 있다. 영국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4~2025회계연도 BBC 수신료 회피율은 7.6%에서 12.5%로 높아졌다. BBC는 최신 연례 보고서에서 수신료 납부를 중단한 가구가 이전보다 30만가구 더 늘어났다고 파악하고 있다.

BBC는 안으로는 구조조정을 감당하면서, 밖으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소송에 맞서는 ‘이중고’를 안게 됐다.

B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BBC를 상대로 제기한 100억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의 재판 날짜는 오는 2027년 2월 15일로 정해졌다. BBC 측은 미국 플로리다 법원에 증거개시 절차를 연기해달라고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재판 일정이 확정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BBC의 시사 프로그램 ‘파노라마’가 자신의 연설 중 두 부분을 편집해 이어 붙여서, 마치 자신이 지난 2021년 1월 6일 지지자들에게 미 의사당 점거를 직접적으로 독려한 것처럼 묘사했다며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BBC는 파노라마의 편집 방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했으나, 배상 요구는 거부했다. 또한 명예훼손 및 불공정 거래 행위 주장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재판은 마이애미에서 2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BBC 대변인은 “이전에도 분명히 밝혔듯이, 우리는 이 소송에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법적 절차에 대해 추가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BBC는 다음달 3월 17일까지 소송 기각 신청서도 제출할 계획이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BBC가 제출할 예정인 소송 기각 신청서에는 플로리다 법원이 해당 사건에 대해 ‘인적 관할권(Personal jurisdiction)’이 없으며, 재판 장소가 부적절하고, 트럼프 대통령 측이 ‘소송상의 청구 원인(Claim)’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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