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땐 세입자 부담전가 등 우려 나와
금융당국이 임대사업자 대출의 만기 연장 관행 손질에 착수한 가운데, 연장 심사 때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 적용 가능성이 제기되자 현장에선 부작용과 시장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매물 출회를 유도할 수 있지만 세입자에게 임대료 전가, 전세 수급 불안이라는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향후 세입자에게 미칠 영향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2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오후 은행,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 기업여신 담당 임원을 소집해 업권 및 회사별 임대사업자 대출 취급 현황과 대출 심사 프로세스 전반을 확인했다.
지난 13일 점검회의에 이어 엿새 만이자 설 연휴가 끝난 직후 열린 2차 회의다. 이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에서 “투자·투기용 다주택 취득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기존 대출 연장이 불공정하다는 취지로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가 빠르게 이뤄지는 모양새다.
일단 금융당국은 실질적으로 만기 연장 개념이 없는 일반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사업자대출 형태인 주거용 임대사업자 대출로 논의 대상을 좁힌 분위기다. 이번 회의에서는 임대사업자 대출에 대한 RTI 확대 적용 등의 정책 아이디어가 제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RTI는 임대사업자의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다. 규제지역의 경우 1.5배가 적용되는데 연 이자비용의 1.5배 이상의 임대소득을 거둬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RTI 규제는 최초 대출 시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연장 심사 때에는 추가로 살피지 않는 실정이다.
다만 실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현장 혼선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실행 단계의 논의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만기 연장이 까다로워지면 임대사업자가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임대료 인상이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방식 등으로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당장 자금 조달·재융자 계획을 세우지 못할 경우 부실 확대로 이어질 경우에도 은행 등이 우선 변제권을 갖는 구조라 세입자 피해가 예상된다고 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매물 대부분이 다세대 주택이나 오피스텔이라 전월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면서 “실행에 앞서 정부 차원에서 점검·검토해야 하는 사안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정확한 현황을 먼저 파악하고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 관행을 끊어낼 개선방안을 도출해 현업과 추가로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임대사업자 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통계가 아직 취합되지 않아 금융권 전반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