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대출 연장 원천 봉쇄? 임대사업자·일시상환 주담대 직격탄

다주택자 대출 연일 때리는 李대통령
대출연장·대환대출 규제안 검토 지시
만기 앞둔 임대사업자 대출 타격 예상
당국 “대출 연장 금지 확정되지 않아”
현장선 연장 필요한 차주 문의 잇따라


이재명 대통령이 기존 다주택자 대한 대출 연장과 대환대출에 대한 규제 방안을 지시하면서 금융당국이 관련 개선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의도 시내의 한 은행을 찾은 한 고객이 업무를 보고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은희·정호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의 기존 대출을 신규 대출과 동일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대출이 금지된 현행 규제를 만기가 도래하는 기존 대출에도 적용해 다주택자의 대출 연장과 대환대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의 혼란을 우려한 듯 원금 상환을 단계적으로 하는 방안까지 직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의 계속된 주문에 예상보다 강력한 다주택자 대출 규제가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기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연장이나 대환도 신규 다주택 구입에 가하는 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을까”라며 “기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연장·대환 현황과 이에 대한 확실한 규제 방안을 검토할 것을 내각과 비서실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다주택자 대출 연장 혜택이 불공정하다는 취지로 지적한 지 일주일 만에 이 문제를 다시 꼬집고는 규제 수단을 모색하라고 공개적으로 주문한 것이다.

특히 그간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돼 온 임대사업자의 대출 만기 연장 심사 시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 규제 적용을 콕 집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내비친 대목은 눈에 띈다.

RTI는 임대사업자가 임대소득으로 이자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실상 만기 연장 개념이 없는 만큼 주거용 임대사업자 대출이 주 논의 대상으로 지목돼 왔는데 신규 대출 취급 요건인 RTI를 연장 심사 때도 적용하는 방안은 핵심 아이디어로 여겨져 왔다.

이 대통령은 “왜 RTI 규제만 검토하냐”면서 “대출 만기 이후의 연장이나 대환도 본질적으로 신규 대출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RTI 확대에만 국한하지 말고 폭넓은 규제 수단을 검토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면서 “일거에 대출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 충격이 너무 크다면 1년 내 50%, 2년 내 100% 해소처럼 최소한의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겠다”고 구체적인 대안까지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X·옛 트위터)]


이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을 사실상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수도권·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 주택 신규 건설과 무관한 매입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전면 금지돼 있다.

이 경우 당장 만기를 앞둔 임대사업자 대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임대사업자 대출은 보통 최초 3~5년의 만기 후 1년마다 이를 연장하는 구조라 만기 도래 물량 비중이 상당해 연장 거절 땐 상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환대출의 경우 이미 신규 대출과 동일한 잣대로 취급되고 있다. 다만 2016년 주담대 분할상환 의무화 전에 취급된 일시상환 방식 주담대는 연장과 함께 분할상환 구조 전환 등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물량 자체가 많진 않으나 개별 차주에게는 상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만 세입자 영향이나 시장 충격 등을 고려할 때 기존 대출을 일괄 중단하긴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만기 연장이 막히면 대출금을 즉시 상환해야 하는데 차주가 이를 갚지 못할 경우 세입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것은 물론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고 부동산은 경매로 넘어가는 등 금융과 부동산 시장 전반이 휘청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연일 다주택자에게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데 정작 금융사로서는 추가 규제 방안을 내놓을 만한 게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출 연장과 대환을) 신규 대출과 동일하게 하라는 건 다주택자 대출을 취급하지 말라는 것인데 시장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존 다주택자 대한 대출 연장과 대환대출에 대한 규제 방안을 지시하면서 금융당국이 관련 개선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모습. [헤럴드DB]


이에 금융당국으로서는 다주택자 대출 규제의 세부 설계 방향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심하게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제안대로 대출을 분산 상환하도록 하거나 지역·주택 보유 수 등에 따라 차등 규제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은 ‘다주택자 대출 대응 태스크포스(TF)’도 띄웠다. 금융위원회가 구성하는 합동 TF와 별개로 2주택 이상 개인과 주택 임대사업자 등 다주택자 대출 실상을 파악하고 대출연장과 대환대출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방안을 도출해 제시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RTI의 경우 건전성 수단이고 이 대통령이 지적한 문제의 핀포인트 해법으로 작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대출을 무작정 하지 말라고 제한할 수는 없는 만큼 어떤 식으로 방안을 설계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위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다주택자 대출 현황을 확인하는 대로 대책 초안을 마련해 금융권과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 연장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임대사업자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 다주택자도 들여다보고 있다. 전반적인 대출 현황을 파악하면 구체적안 실행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규제 확대를 예고하면서 현장에서는 대출 만기를 앞둔 다주택 차주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조만간 만기 연장이 필요한 다주택 대출 고객의 전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다만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없고 은행의 구체적인 방침도 정해진 게 아니다 보니 구체적인 답변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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