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법관들 염려… 무력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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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사법부의 지속적인 우려 표명에도 이른바 ‘사법개혁 3법(법 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사실상 공포와 시행만 남겨두게 됐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다’는 게 사법부의 입장이지만, 법안이 이미 본회의를 통과한 상황에서 법원에 남은 실질적 대응책이 없는 터라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법원 내부에선 사법개혁 3법이 이제 현실화가 된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3일 출근길에 사법개혁 3법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회의 입법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갑작스러운 변혁이 과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혹시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심사숙고해달라”고 밝혔다.
▶사법개혁 3법, 모두 국회 본회의 통과=더불어민주당은 사법개혁 3법을 2월 임시국회 중 모두 처리했다. 법 왜곡죄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가장 먼저 통과했고, 재판소원제 도입·대법관 증원안도 각각 지난달 27일과 28일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법왜곡죄는 형사사건에서 판·검사가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에 영향을 미친 경우 등을 처벌하는 규정이다. 재판소원제도는 법원의 재판을 헌법재판소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고, 대법관 증원은 현재 14명(대법원장 포함)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사법부는 그동안 이 3가지 법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박영재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직 사퇴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결국 법안 통과를 막을 수는 없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23일 “국회를 마지막 순간까지 설득하고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법원장회의도 지난달 25일 숙의없는 제도개편에 심각한 유감을 표했다. 법원행정처장마저 법 통과에 반발해 사퇴했지만 결국 법안이 통과되면서 법원 내부에선 무력감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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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대법정 앞 로비. [대법원 제공] |
▶법원 내부 부글부글…“법왜곡죄, 국민 무한소송 지옥에 빠뜨려”=사법개혁 3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것에 대해 일선 판사들은 일제히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법왜곡죄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헤럴드경제에 “기득권의 사법리스크 감소를 위해 3중·4중의 안전장치를 만들며 온 국민을 무한소송의 지옥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현직 판사도 “제도를 바꿀 땐 신중히 장단점을 검토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며 “사법부를 길들이겠다는 이야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법 왜곡죄에 대해 A부장판사는 “이젠 1심 판결에 대해 당사자들이 항소장과 함께 고소장도 접수할 것”이라며 “무죄가 나오면 검사를 고소하고, 유죄가 나오면 판사를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상소심에서 원심이 깨지면 또다시 고소가 이어질 것”이라며 “법관의 독립과 사법의 효율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B판사도 “법 왜곡죄로 실제 처벌되는 사례는 거의 없겠지만 당사자들은 판결이 마음에 안 들면 일단 고소부터 할 것”이라며 “사법부가 압박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C부장판사 역시 “집권당이 지지층 결집 또는 일부 정치인의 인지도 향상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법부를 공격대상으로 삼거나 제도의 기초를 흔들고 있다”며 “매우 나쁜 선례가 남았다”고 비판했다.
박재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국회가 실효적인 효과가 아니라 상징성을 위해 입법을 했다”며 “법 왜곡죄로 처벌을 받는 판·검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징성으로 인한 엄청난 남용이 예상된다”며 “사법 체계가 얼마나 망가뜨려질지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재판소원, 소송 장기화로 당사자 고통 심각”=재판소원·대법관 증원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A부장판사는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지기만 해도 소송의 장기화로 인해 당사자들의 고통이 심각하다”며 “헌법소원까지 덧붙이게 된다면 적시 권리구제가 필요한 당사자에게 심각한 고통이 가중될 것이며 사법 정의에도 반한다”고 했다.
B판사도 “헌법재판소의 인력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재판소원 사건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건이 확정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만 더 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재윤 교수 역시 “인용되는 사례는 극소수일텐데 국민이 희망고문처럼 헌법재판소로 몰려들어가 당분간 사건이 폭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C부장판사 역시 “헌재가 과중한 업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우려했다.
▶“대법관 증원 대법원 구성에 정치적 영향”=대법관 증원에 대해선 A부장판사가 “현재 대법관이 부족해서 상고심 재판이 지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관 인력 배치에 관핸 추가 논의와 지원 없이 무작정 단기간에 다수의 대법관을 늘리는 것은 의도가 순수하게 보일 수 없다”며 “새로 임명하는 다수의 대법관이 동시에 임기가 만료되면 그때마다 대법관 구성이 정치적 영향을 받게 되는 것 역시 사법부의 독립에 큰 위해”라고 비판했다.
B판사도 “어떤 명분을 대든 정치적 성향에 맞는 인물로 대법관을 채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본질은 대법관의 힘빼기에 있을 뿐 누가 이득을 보는지 생각하면 의도가 뻔하다”고 밝혔다.
박재윤 교수 역시 “대법원의 사건 지연은 상고법원 설치·상고허가제 등에 대해 국회가 결단을 내려주지 않은 잘못이 크다”며 “대법관만 증원될 경우 하급심에서 또 어떤 부실이 증가될지 가능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오는 12~13일 전국법원장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매년 열리는 정기 간담회인데 사법개혁 3법에 대한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법부가 꺼낼 뚜렷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 법원 내에서도 고민 거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