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포화’에 韓 중기 ‘유탄’… 유가 폭등에 물류비 상승 ‘직격탄’ [미·이란 전쟁]

지난 주말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여파로 글로벌 자산 시장이 출렁거리는 분위기다. 이란의 보복 공격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혼돈으로 국제유가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


브렌트유 급등에 원자재·운임 상승…재고로 ‘버티기’ 가격 인상 불가피
페인트·건자재·농기계 긴장… 제지·화장품 “영향 제한적·예의주시”
중기부, 운송비 지원 6000만원으로 상향… 대응 TF 가동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미국과 이란 간 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중동을 신시장으로 삼아온 국내 중견·중소기업들도 위험에 노출됐다. 중동의 불안정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석유화학 원재료 가격 상승을 동반한다. 여기에 해상 운임과 보험료도 오른다. 제조원가와 물류비 상승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내에선 단기적으로는 재고 물량으로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태 장기화는 중기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물류비 지원 상향을 높이고 피해 중소기업들에 대한 의견 청취에 들어갔다.

3일 중소기업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으로 가장 긴장하는 곳은 도료 업계다. 페인트의 핵심 원재료인 수지와 용제는 석유화학 제품 비중이 높아 국제유가 변동에 민감하다. 다만 당장 실적에 직격탄이 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기존 보유 물량들이 정해져 있다”며 “현재의 유가 급등 상황을 어느 정도 기보유 물량으로 완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재료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상황에 따라 원재료를 충분히 구매해 두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노루페인트 측도 “대략 6개월치의 재고 물량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의 상황 변화에 대해서는 대처할 여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업종 타격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업계 전반적으로는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도료업계 관계자는 “재고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라며 “원재료 가격 상승이 구조적으로 이어지면 결국 제품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건자재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한 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유가 급등에 따른 PVC 등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PVC는 창호, 바닥재, 인테리어 필름 등 다양한 건자재에 사용되는 대표적 석유화학 기반 소재다. 국제유가 상승이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 PVC 단가 역시 상승하는 구조다.

제지 업계도 초긴장하고 있다. 무림페이퍼 관계자는 “군사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 급등 시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여러 대응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솔제지 관계자도 “LNG 가격이 상승되면 종이 건조에 활용되는 스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배편이 우회할 수 있어 해상 운임이 상승할 경우 수출 경비가 증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력요금이 즉각 인상되지 않는 한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LNG·물류비·환율 등 간접 경로를 통한 비용 압박은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화장품 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국제 정세가 불안한 상황인 만큼 물류비 상승 등 외부 변수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원유 가격 상승과 물류비 증가 등으로 인해 원부자재 조달 비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안정적인 원부자재 조달을 위해 지속적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동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로서는 운임과 조달비 상승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농기계 업계도 물류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동·TYM 등 완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경우 해상 운임과 보험료 상승이 직접적인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대동 관계자는 “통상 물류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며 “예컨대 올해 초에 계약을 한 회사는 1년 단위 고정 물류비로 진행되지만, 새롭게 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유가 인상 및 물류비 증가 등을 이유로 계약 단가가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리서치는 최근 리포트에서 중동 리스크 확대가 국제유가 변동성과 운임 상승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서치는 “재고를 충분히 보유한 기업은 단기 충격을 흡수할 수 있으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마진 압박이 분기 단위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관건은 사태의 지속 기간이다. 사태가 단기에 종료될 경우 재고와 선구매 전략으로 완충이 가능하지만, 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질 경우 원가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건자재·도료·생활용품 등 소비재 가격 전반에 파급될 수 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중동 상황 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 대해 수출바우처·긴급경영안정자금 등도 신속히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물류차질, 자금부족 등 피해 및 애로 유형에 따라 수출바우처를 통한 국제운송비 한도를 상향(3000만원→6000만원) 하고, 물류사 등과 중소기업 대상 대체물류 제공 등도 협의키로 했다. 중기부는 3일 오후 ‘중동상황 관련 중소·벤처기업 피해 대응 TF’를 가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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