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 기조 속 운용 전략 고심 깊어져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증시를 강타하면서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수익률을 기록한 뒤 연초 급등장을 경험한 기관들이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전략 수립에 비상이 걸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코스피가 7% 넘게 급락한 3일 일부 연기금·공제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란 사태가 중국, 대만, 일본 등 주변국에 비해 한국 시장에 더 큰 충격을 가하면서 수익률과 자산 배분 비율 등을 고려한 대응 시나리오를 다시 점검하기 위해서다.
당분간은 관망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중동 리스크 장기화 가능성에 최근 국내 증시 급등까지 겹치며 시장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단 추세를 지켜보고 있다. 이벤트가 발생한 이후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 호황에 기관들은 역대급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지난해 전체 수익률은 18.82%로, 기금 설치 이후 사상 최고치였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 9% 중반대 기금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고, 연말까지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기관투자자들은 분산투자와 장기 수익률 제고를 위해 주식·채권 외 대체투자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편이다. 다만 연초 국내 증시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주식 비중 확대 논의도 이어졌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4%에서 14.9%로 0.5% 포인트 상향했다.
연기금과 공제회는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꼽히지만 기관별 운용 전략은 다르다. 특히, 전술적 자산배분(TAA)을 적극 활용하는 곳들은 국내 주식시장 대응에 고민이 깊어졌다. 또 다른 공제회 CIO는 “기관투자자들은 올해 코스피가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부담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주식 차익 실현 여부도 중요하다. 기관 관계자는 “공제회는 매년 일정 정도 이익을 내야 하는데 국내 증시가 연초 대비 대폭 올랐기 때문에 지금 있는 보유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실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절대수익률을 확보하려면 급등락 상황에서 빠르게 끊고 나와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대수익률 전략은 벤치마크 대비 성과가 중요하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라 해도 시장보다 덜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로 평가된다. 반면 절대수익률 전략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목표 수익률 달성이 우선시된다.
반면 연기금은 국내 증시 하락이 자산군별 비중을 조정하는 효과를 가져와 단기 대응 요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기관들은 전략적 자산배분(SAA)에 따라 운용하는 장기 투자자라는 점에서 대응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관 관계자는 “주가 상승으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면 이번 하락이 자산 배분 비율을 맞춰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굳이 추가 매수에 나설 필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지영·안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