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규 교체, 안 한것 아닌 못 한것…‘3타자 의무 상대’ 규정 [WBC]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2차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7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일본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한국 김영규가 강판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3타자 의무 상대’ 규정이 한국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대표팀은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일본과의 경기에서 6-8로 석패했다.

한국은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1회초 3득점으로 빅이닝을 완성하며 초반부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회말 스즈키 세이야의 투런포, 3회말 오타니 쇼헤이, 스즈키, 요시다 마사타카 등 3명의 솔로포가 터지면서 3-5 역전을 허용했지만, 5회초 김혜성의 투런포로 5-5 균형을 맞췄다.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린 건 7회말이었다.

이번 2026 WBC를 앞두고 대회 조직위원회는 경기 시간 단축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 운영을 위해 투수의 ‘3타자 의무 상대’ 규정을 강화했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반드시 세 명의 타자를 상대하거나, 이닝이 종료될 때까지 투구해야 한다. 과거처럼 좌타자 한 명을 잡기 위해 좌투수를 올렸다가 바로 바꾸는 ‘원 포인트 릴리프’ 전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이 제도는 KBO도 지난 2024년 신설해 퓨처스리그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5-5로 팽팽하게 맞선 7회말 2사 3루에서 한국은 승부수를 띄웠다. 절정의 타격감 오타니를 자동 고의4구로 걸러 2사 1,3루. 좌타자 곤도 타석에서 박영현을 내리고 좌완 김영규를 올렸다.

하지만 김영규는 실점을 막지 못했다. 곤도 겐스케에게 볼넷을 허용한 후 이어진 2사 만루상황에서 연타석 홈런의 주인공 우타자 스즈키 세이야가 타석에 들어섰다. 안정을 찾지 못하는 김영규 대신 바로 오른손 투수를 준비시켜 흐름을 끊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김영규는 강제 규정에 따라 세 번째 타자까지 상대해야 했다.

벤치는 김영규가 흔들리는 것을 인지했지만, 규정 때문에 투수 교체 카드를 꺼내 들 수 없었다.

결국 투볼 후 포수 박동원까지 급히 마운드에 올라갔지만, 끝내 밀어내기 볼넷으로 역전 결승점을 허용한 뒤 요시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주고서야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다.

한국은 8회초 김주원의 1타점 적시타로 점수를 뽑으면서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추가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며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9회초 1사에서는 일본 중견수 슈토 우쿄가 저마이 존스의 장타성 타구를 낚아채며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9회초를 무득점으로 마감한 한국은 2점 차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일본 매체 ‘도쿄스포츠’는 “경기의 분수령 중 하나는 7회말이었다”며 “한국 벤치는 2사 1, 3루에서 곤도를 상대하기 위해 좌완 김영규를 올렸지만, 김영규는 제구가 흔들렸다. 곤도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에 몰렸고, 이어 스즈키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요시다에게 적시타를 맞으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킨 뒤 결국 교체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회 규정상 투수는 최소 3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리그에서 가능한 원포인트 투수 기용이 WBC에선 금지됐기 때문에 곤도, 스즈키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한 김영규는 계속 던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요시다에게 치명적인 적시타를 맞게 됐다”고 덧붙였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체코전에서 김영규의 투구가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했다”며 “1번타자 오타니, 2번타자 곤도 쪽에서 위기를 끊어줄 투수로 김영규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는데, 뜻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김영규를 투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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