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중동 위험노출액’ 32조…18%↑

韓금융사 중동익스포저 현황 입수
220억달러…2023년 대비 17.7%
사태 장기화 대비해 금융사 ‘촉각’
유가·환율·증시 변동성 확대 우려↑
당국 ‘금융시장반’ 모니터링 가동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중동 지역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20억3000만달러(약 32조3752억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약 2년 반 사이에 약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어난 익스포저에 국제유가·환율 상승 등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까지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며 선재적 대응에 나섰다.

9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국내 금융회사의중동 익스포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동 지역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저는 220억3000만달러(약 32조3753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3년 상반기 말(187억1000만달러)과 비교해서 17.7%(33억2000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대외 익스포저 3948억5000만달러(580조9033억원)의 약 5.6%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시장 점검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금융사 익스포저가 전체 5% 수준으로 제한적이지만 금융사 입장에선 익스포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담이자 뇌관이 될 수 있다”면서 “최근 들어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데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당국도 중동 익스포저 등을 점검하며 선제적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권의 중동 익스포저는 은행 대출 중심 구조로 파악된다. 은행이 190억달러로 전체의 86.2%를 차지했고, 보험사 30억1000만달러(13.7%), 증권사 2000만달러(0.1%), 여신전문회사 100만달러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대출이 142억70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유가증권 42억8000만달러, 지급보증 34억70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은행의 경우 중동 지역 익스포저 대부분이 대출 형태(142억2000만달러)로 구성됐고, 지급보증도 34억7000만달러 규모로 나타났다.

보험사는 29억6000만달러가 유가증권 투자에 집중됐다. 국내 금융권의 중동 익스포저는 주로 현지 인프라·에너지 사업과 연계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여신, 무역금융 형태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과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익스포저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전면적인 중동 전쟁으로 격화하면서 금융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갈등의 핵심 당사국인 이란에 대한 국내 금융권 익스포저는 10만달러(대출)에 불과하고, 이스라엘 역시 2억6000만달러(유가증권) 수준으로 직접 노출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중동으로 넓히면,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익스포저가 73억70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사우디아라비아(70억3000만달러)·카타르(36억1000만달러) 등 걸프 지역에 집중돼 있다.

지난 2년 반 사이 국내 금융회사의 중동 익스포저는 UAE·사우디·카타르 등 걸프 핵심 산유국 중심으로 확대됐다. UAE는 2023년 상반기 55억5000만달러에서 작년 말 73억7000만달러로, 사우디는 44억4000만달러에서 70억3000만달러로 각각 늘었다. 다만, 해당 국가들은 국영기업이나 우량 차주 중심으로 짜여 있어 당장 부실 위험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전쟁 장기화로 환율과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금융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크다.

원/달러 환율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 마저 나온다. NICE신용평가는 현재로선 금융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고환율이 지속되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증폭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NICE신용평가가 4일 발간한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환율 변동성 확대가 주요 금융업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의 경우 환율 변동 과정에서 외환파생상품 증거금 납부 부담이 늘어나거나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업권은 자산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자기매매와 위탁매매 부문의 실적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험업권도 환율 상승이 지급여력비율(K-ICS)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환헤지 구조에서 차환 비용이 커질 경우 수익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국은 중동 정세 전개에 따라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유관기관과 함께 ‘금융시장반’을 가동해 해외 익스포저와 금융회사 영업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다양한 부정적 시나리오를 가정해 금융회사의 위기 대응 능력을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 중이다.

박상혁 의원은 “국내 금융권의 중동 지역 익스포저가 당장 위험한 상황은 아니나 중동 정세가 매일 요동치는 만큼 금융당국과 기관들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즉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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