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값 이어 라면·과자값 인하? 중동발 리스크에 ‘속앓이’ [푸드360]

라면4사 소집한 정부 ‘물가 안정’ 강조
밀가루·설탕 이어 전분당도 담합 의혹

중동발 유가·환율 급등 우려 본격화에
“원가 부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소연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라면 판매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가 식품업계 전반에 가격 조정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밀가루·설탕값 인하로 촉발된 빵·케이크 가격 인하에 이어, 이번엔 라면·과자 가격이 도마 위에 올랐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일부 라면·제과업체들은 정부 기조와 관련해 실무선에서 가격 인하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달 밀가루·설탕 가격 인하 등에 따른 판매가 조정 요인에 대한 검토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등 원재료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원론적인 논의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의 내부 검토는 연일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 기조를 의식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일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주요 라면 업체 4개사 임원진이 참석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장바구니 물가가 민생 안정의 시작”이라며 물가 안정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가격 인하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난달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출범 계기에 대한 설명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제과업계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분당 담합 조사가 계기가 됐다. 전분당은 옥수수를 분쇄해 만든 분말 전분과 이를 통해 생산한 물엿, 포도당, 액상과당 등 당류를 의미한다. 식품용은 과자나 음료수의 재료로 쓰인다. 공정위는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4개사가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분당 판매가를 담합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과자. [연합]


이번 공정위 보고서에는 2007년 이후 실제 적용 사례가 없었던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시정조치까지 담겼다. 업계는 빵값 인하를 부른 밀가루·설탕 가격 인하가 공정위의 담합 조사를 계기로 시작됐던 만큼, 향후 공정위 심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가격 인하 흐름이 라면·제과업계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일주일을 넘기며 중동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밀가루의 원가 비중은 10~30% 미만”이라며 “유가와 환율이 오르면 오히려 원가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과업계 관계자도 “밀가루 원가 비중은 10% 이내”라며 “생산 공장 가동비와 물류비, 인건비가 원가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토로했다.

전쟁이 중동 주변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주요 라면업체들은 앞서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해 할랄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할랄 인증을 받으며 투자를 확대해 왔다.

주요 업체 중 한 곳이 가격을 내리면 ‘도미노’ 인하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빵업계의 경우 지난달 말 파리바게뜨가 가격을 내린 지 2시간 만에 뚜레쥬르가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정부 기조가 사실상 가격 인하 압박이란 하소연도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손목 비틀기식 압박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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