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시아 “무기 납품 지연 우려” 잇따라 제기
나토 전직 고위관료 “美 방산, 주문하면 바로 오는 구조 아냐”
![]() |
| 사진은 5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에서 이스라엘 공습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 [AP]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 이란과 군사 충돌을 이어가면서 탄약과 첨단 무기 소모가 급증하자 미국산 무기를 의존하는 동맹국들 사이에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무기 재고가 줄어든 상황에서 중동 전쟁까지 겹치며 미국 방산 생산 능력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7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며 대량의 탄약을 사용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산 무기 공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과 싸울 탄약을 “사실상 무한히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동맹국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이미 무기 재고가 줄어든 유럽 국가들은 미국에서 구매한 무기를 제때 공급받지 못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북유럽 한 정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이미 발사됐거나 앞으로 발사될 탄약은 모든 국가가 대량으로 확보하려는 종류”라며 “수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유럽 지역 정부 관계자도 “미국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미국이 유럽보다 자국이나 대만, 이스라엘, 미주 지역을 우선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유럽 내부에서는 중동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의 방위 협력이 더 느슨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미유 그랑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고위 관료는 “유럽은 여전히 미국을 거대한 월마트처럼 생각해 주문하면 바로 물건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태평양 지역 동맹국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 해군과 함께 괌 주둔 미군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이 중동 전쟁에서 탄약을 대량 소모하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억제할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 주재 한 아시아 외교관은 “분쟁이 길어질수록 탄약 공급 문제는 더 시급해질 것”이라며 “미국이 작전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 군사 자산을 동원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태평양 지역의 전투 준비 태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탄약 재고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펜타곤 관리들은 군의 탄약 비축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의회 브리핑에 참석한 보좌관들은 미군이 현재 “엄청난 양의 탄약을 소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은 이번 작전에서 토마호크 지상공격 미사일과 패트리엇 PAC-3 요격미사일, 해군 함정에서 발사되는 방공 미사일 등을 대량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미 국방 당국자는 “이란과의 대규모 전쟁은 기존 탄약 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여기에 중동 전쟁이 더해지면 상황을 관리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도 최근 상원 본회의장에서 “미군이 탄약 부족 때문에 러시아와 중국의 공격을 동시에 억제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우려를 의식해 최근 주요 방산 기업들과 회의를 갖고 무기 생산 확대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방산업체들이 최첨단 무기 생산을 최대 4배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첨단 미사일과 방공체계 생산은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랑 전 나토 관리는 “2차 세계대전처럼 단기간에 대량 생산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과거 셔먼 전차는 트랙터 엔진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패트리엇 미사일은 전혀 다른 수준의 기술과 생산 체계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