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장관 “호르무즈 유조선 호위” 글 삭제
‘美약점 파악’ 이란, 호르무즈봉쇄 항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유가급등 등 예상보다 큰 폭으로 시장을 뒤흔들면서,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고집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략도 흔들리고 있다. 전장 소식에 출렁이는 유가는 고스란히 트럼프의 최대 약점이 됐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이란 내 석유 및 에너지 시설은 공격하지 말라 요청하는 등 취약점을 여실히 노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스라엘 채널 12방송은 10일(현지시간) 미국이 이스라엘에 이란 내 석유 및 에너지 시설을 추가로 공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 메시지를 이스라엘 정부 수뇌부와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에게 전달했다.
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정유시설 폭격 자제를 요청한 것이 ▷이란 민심의 이반 및 정권 결집 우려 ▷전후 이란 정권과의 에너지 협력 구상 ▷걸프 지역 에너지 위기 및 경제 공황 우려 때문이라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이란이 에너지 시설 피격에 대한 보복으로 걸프 지역 전체의 석유·에너지 인프라에 대규모 공습을 가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스라엘의 이란 정유시설 공격, 이에 보복하기 위한 이란의 걸프 지역 정유시설 공격은 전 세계의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줘,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에너지 시설 타격을 이란이 먼저 걸프 지역 석유 시설을 공격할 경우에만 사용해야 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이란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이스라엘에 공격 중단을 요구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유가에 예민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앞서 CNN은 지난 9일(현지시간) 이란 전쟁 발발 후 유가 급등세가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인 데다 장기간 이어져, 트럼프 행정부가 ‘패닉’에 빠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10일 공개한 월간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 여파로 브렌트유 가격이 향후 두 달 넘게 배럴당 95달러를 웃돌 것이라 예상했다.
유가 급등은 가뜩이나 고물가(affordability) 논란이 거센 미국 내에서 이번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로 심판을 받게 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가 약점을 간파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최대의 무기로 내세우는 것이 이란의 이 같은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 지역에서 단 1L의 석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한다는 이란의 전략으로 인해 이날 미 행정부 내에서는 혼선을 짐작게 하는 해프닝도 나왔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했다고 주장했다가 몇 분 뒤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던 것.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미 해군이 현시점에서 유조선이나 선박을 호위한 적이 없다고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도 알리레자 탕시리 IRGC 해군 사령관이 엑스에 “미군 병력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을 호위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 반박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