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리스크에…봉지 없어 과자·라면 못 만든다

“각 회사마다 포장재 원료 확보 전쟁”
나프타 수입량 절반이 호르무즈 통과
정부, 나프타 ‘경제안보품목’ 지정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한 시민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중동발 ‘나프타(납사) 쇼크’에 노출됐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간이 길어지자 라면·과자 봉지와 플라스틱 용기 등 포장재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되면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음료 제조업체들은 예상보다 길어지는 중동 전쟁이 포장재 수급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포장재 원료 비축량이 한정적이다보니 각 회사의 구매 담당 부서마다 포장재 원료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과자 봉지부터 음료를 담는 플라스틱 병과 뚜껑 등 포장재의 핵심 원료인 폴리에틸렌(PE)은 원유로 추출해 만드는 나프타가 주원료다. 석화업체에서 공급받은 나프타를 활용해 용기 제조에 필요한 소재를 만든다. 국내 수입되는 나프타 물량의 54%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달 28일 발생한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20일 가까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그 사이 국내 석화업계에서는 나프타 품귀가 현실화했다.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기지인 여천NCC는 나프타 수급 차질로 인한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여수국가산단 내 주요 기업들도 고객사에 공급 차질 가능성을 통보하고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식품업계는 전쟁 장기화 시 제품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뒤늦게 원료 비축에 나섰지만, 이미 세계적인 나프타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사의 재고 물량을 모두 소진하면 추가 생산이 불가능해지는 ‘셧다운’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을 비싸게 줘도 절대 살 수 없는 수급 부족이라는 점”이라며 “짧으면 2~3개월, 길면 5~6개월 이후엔 생산 자체를 못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한 곳도 있다. 포장재 및 전자소재 제조사를 계열사로 둔 농심이 대표적이다. 농심 관계자는 “계열사 율촌화학에서 포장재 및 포장재를 만들기 위한 필름, 필름의 원재료 등 다양한 원료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당장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향후 추이를 지켜보며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는 나프타를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주재하며 “나프타 수급 동향과 기업 애로사항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체 수입선 확보, 수출 제한 등 적극적인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나프타 수급 안정화를 위해 대체 수입선 확보와 수입 부대비용 지원 등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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