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發 생필품 대란 공포…생수통·세제통 생산중단 ‘눈앞’ [중동발 공급망 대란]

PE 등 합성수지 가격 최대 81.8% 급등
중소업체 “생산 지속 의문”…공급 차질
‘쓰봉’ 품절사태, 유통·카페 업계도 긴장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여파로 석유화학 원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생수병과 세제통 등 생활필수품 용기 생산에 차질이 생기며 ‘품절 대란’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26일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석유화학사는 기존 톤당 110만~145만원 수준이던 폴리에틸렌(PE) 가격을 200만원까지 인상했다. 최대 81.8% 오른 셈이다. 문제는 합성수지가 정유업계처럼 후지급제로 거래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납품 이후 결제하는 방식이라 인상분을 즉각 원가에 반영하기 어렵다. 이미 3월 둘째 주 가격 인상 통보가 이뤄진 데 이어 4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소업체 비중이 높은 업계 특성상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급등한 원재료 가격에 생산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원재료 가격의 상승분을 납품가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플라스틱 가공업체는 전국에 약 23만6000개에 달하지만, 이 중 10인 이상 사업장은 5500여 개에 불과하다. 전체의 95%가 소기업·소상공인으로 원가 상승에 더 취약하다.

한 생활용품용기 제조업체는 4월부터 생산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이미 3월 들어 원재료 가격이 인상된 상황에서 추가 인상까지 예고돼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원재료 수급도 4월부터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아 생산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빨대를 만드는 제조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회사 관계자는 “빨대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PP(폴리프로필렌) 가격이 톤당 13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올랐다”며 “쟁여둔 원재료로 5월까지는 생산할 수 있지만, 그 이후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업계의 불안한 상황은 소비자에게 불안감으로 전이되고 있다. 곳곳에서 생필품 사재기 조짐이 감지되는 이유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수·화장지·세탁세제·비닐봉지 등 주요 생활용품을 미리 확보하려는 ‘사재기 목록’까지 공유되고 있다. 지역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에서는 매장별로 재고분을 공유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유통 현장에서도 수요는 폭발하고 있다. 지난 23~24일 기준 주요 생활필수품 판매량은 전주 대비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귀(44.7%), 화장지(29.2%), 지퍼백(28.9%), 세탁세제(24.9%), 비닐봉지(20.5%) 등의 증가폭이 컸다. 생수(14.7%), 생리대(14.0%), 키친타올(14.6%), 바디워시(10.7%) 등도 두 자릿수로 늘었다.

SSM(기업형슈퍼마켓)은 물론, 편의점에서도 종량제 봉투는 입고되는 즉시 품절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GS25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들어 일반 종량제 봉투는 20.6%, 음식물 봉투는 9.0% 판매가 늘었다. 이후 3월 22일부터 24일까지는 각각 234.5%, 182.7% 판매가 급증했다.

세븐일레븐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달 초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던 쓰레기봉투 매출은 3월 셋째 주 12% 증가한 데 이어 22~24일 169% 급증했다. CU에서도 22~23일 기준 음식물 종량제 봉투는 66.0%, 일반 종량제 봉투는 116.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이마트24는 두 종류 봉투의 합산 판매량이 177% 늘었다.

포장지나 용기 등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유통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나프타(납사)를 원료로 하는 포장재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제품 출하부터 판매 전반까지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유가 및 환율 변동이 생산 현장에 즉각적인 차질을 초래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원자재 수급 부족으로 인한 단가 상승 등으로 원가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카페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부터 메가MGC커피, 더벤티 등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까지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당장 컵·빨대 등 소모품 조달에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쌓아뒀던 소모품 바구니를 없애는 매장도 생기고 있다”면서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박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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