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림 대표 3연임…5년연속 최대실적
15년전 3만L→2032년 138.5만L 달성
순수 CDMO 전환…기업 가치 극대화
오픈 이노베이션·백신보건 ‘사업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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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마스터세포은행(MCB) 생산 서비스 모습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
인천대교를 건너 송도국제도시로 진입하면, 과거 바다였던 매립지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강철 요새’들이 시야를 압도한다. 옅은 회색빛의 1~3공장이 단단한 기초처럼 서 있다면, 4공장은 수만 개의 푸른색 유리 조각이 모자이크처럼 빛나며 K-바이오의 심장으로서의 위용을 뽐낸다.
송도바이오대로를 따라 늘어선 이 공장들은 저마다 다른 색과 질감의 외벽을 두르고 있지만, 그 안을 흐르는 DNA는 하나다.
바로 전 세계가 경탄하는 ‘삼성 스피드’다. 건물 높이가 최고 53m(4공장 기준)에 달하는 거대한 공장 내부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바이오리액터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전 세계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거대한 심장처럼 24시간 박동하는 78만5000리터(L)의 신화는 이곳에서 매일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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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1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44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발표하는 모습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
존 림 대표 3연임…‘숫자’로 증명한 리더십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0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15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존 림 경영 체제’의 세 번째 막을 올렸다.
이날 주총에서 존 림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의결됨에 따라, 그는 오는 2029년까지 다시 한번 지휘봉을 잡게 됐다.
지난 5년간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글로벌 톱티어 반열에 올린 존 림 대표는 향후 3년의 임기 동안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그리고 디지털 혁신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절대 강자’로서의 입지를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존 림 대표는 “올해는 창립 15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주주가치 향상은 물론, 대한민국 바이오산업과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라고 밝혔다.
존 림 대표의 ‘시즌 2’가 내실 경영과 실적 경신에 집중했다면, 이번 ‘시즌 3’의 도약을 가능케 한 발판은 지난해 단행한 인적 분할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완전 분리를 통해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 전환하며 고객사와의 이해 상충 우려를 원천 차단했다.
이는 신약 개발을 병행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오직 고객사의 의약품 생산과 개발 지원에만 집중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글로벌 빅파마들의 전폭적인 신뢰로 이어졌다.
시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분할 전 74조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재상장 이후 양사 합산 99조원(2026년 2월 말 기준)까지 치솟으며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뢰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증명됐다. 2025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간 매출 4조5570억원, 영업이익 2조692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2조 시대’를 열었다.
존 림 대표 취임 당시인 2020년(매출 1조1648억원, 영업이익 2928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4배, 영업이익은 7배 가깝게 급증했다.
현재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중 17곳을 파트너사로 확보했으며, 누적 수주 총액은 212억달러(약 28조원)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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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송도에 자리 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외관.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
갯벌 위 세운 기적…이건희의 선구안과 이재용의 뚝심
삼성의 바이오 신화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이건희 선대 회장의 “삼성의 주력 상품이 10년 이내에 따라잡힐 수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선언에 5대 신수종 사업이 결정됐고, 마침내 삼성은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었다.
결정은 신중했고, 실행은 빨랐다. 2011년 4월, 갯벌뿐이었던 송도에 삼성의 깃발이 꽂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한 달 만에 제1공장(3만L) 착공에 들어갔고, 이를 1년 6개월 만에 완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삼성의 진입을 무모한 도전으로 여겼으나, 삼성은 반도체에서 증명한 ‘성공 DNA’를 바이오에 이식하기 시작했다. 첫 수주라는 과제는 신뢰로 정면 돌파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은 대형 생산 거점과 첨단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성과 신뢰도가 중요하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수주 이력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13년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로부터 첫 수주를 따내며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 당당히 이름을 알렸다. 당시 삼성이 왜 신약 개발이 아닌 위탁생산(CMO)만 하느냐는 업계의 의구심이 있었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높은 기술적 장벽, 규모의 경제가 집약된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의 잠재력을 정확히 꿰뚫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바이오 초격차’를 향한 선대 회장의 유지를 이어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기 위한 현장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23년 글로벌 빅파마 CEO들과 연쇄 회동을 하며 직접 수주 활동에 힘을 실었고, 2024년과 2025년에도 잇따라 송도 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이러한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존 림 대표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결합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5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장 두려운 경쟁사로, 국내 기업에는 벤치마킹할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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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곧 생명”…경쟁사 압도하는 ‘삼성 스피드’
성장의 핵심 동력은 단연 ‘속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이오 공장에 이식했다.
대표적인 것이 ‘병렬 공법(Parallel Construction)’이다. 설계가 끝난 후 발주하고 건설이 완료된 후 검증하는 경쟁사들의 단계적 공법과 달리, 삼성은 이 모든 과정을 동시에 진행했다.
지난 2025년 4월 가동을 시작한 5공장(18만L)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 등을 적용해 불과 24개월 만에 완공됐다.
이는 동일 규모의 3공장 대비 공기를 11개월이나 단축한 기록으로, 업계 평균인 4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 세계 바이오 제조 시설 중 전무후무한 속도다.
존 림 대표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24개월 만에 시설을 건설하고 가동할 수 있는 조직은 전 세계에 우리뿐”이라며 “이것이 우리의 거대한 핵심 역량이자 레버리지”라고 밝혔다.
생산 능력 또한 압도적인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송도 내 가동 중인 생산능력은 총 78만5000L에 달하며, 2032년까지 총 7조5000억원을 투자해 8공장까지 완공하면 총 생산능력은 132만5000L라는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단순히 규모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품질 관리에서도 ‘골드 스탠다드’를 지향한다. 2026년 2월 기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등 40여 개국 글로벌 규제기관으로부터 434건에 달하는 제조품질승인을 획득한 실적은 삼성이 만든 약이 전 세계 어디서든 신뢰받을 수 있음을 증명한다.
미국 현지 생산 가속화…포트폴리오 다변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토는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2025년 12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위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6만L)을 2억8000만달러(약 4136억원)에 인수하며 첫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이는 미국 내 생산 기반을 요구하는 ‘생물보안법’ 등 공급망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현지 글로벌 빅파마 고객사와의 소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인수 절차가 최종 완료되며 삼성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밀집한 미국 현지에서 고객사와 더욱 긴밀하고 신속하게 소통하며 수주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전망이다.
단순히 공장을 돌리는 단계를 넘어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솔루션 파트너’로의 진화도 눈부시다. 2018년 위탁개발(CDO) 사업 출범 이후 자체 세포주 ‘에스초이스(S-CHOice)’를 비롯해 현재까지 총 9개의 CDO 기술 플랫폼을 출시했다. 지난 8년간 누적 164건(ADC 5건 포함)의 수주 계약을 체결, 49건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획득하며 성공적인 트랙 레코드를 쌓아오고 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고객사를 묶어두는 ‘조기 록인(Lock-in)’ 전략이 시장에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차세대 먹거리’ 선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5년 3월 완공된 ADC(항체-약물 접합체) 전용 생산시설이 대표적이다. ‘유도미사일 항암제’라 불리는 ADC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500L 규모의 GMP 생산 설비를 갖췄다. 여기에 2025년 6월 론칭한 ‘삼성 오가노이드(Samsung Organoids)’ 서비스로 위탁연구(CRO)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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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보국’ 실현…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로
이러한 기술 리더십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력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진다. 특히 미국 일라이릴리와 손잡고 국내 바이오텍 육성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파트너십을 체결한 점이 상징적이다. 릴리의 우수 바이오텍 선발·육성 프로그램인 ‘릴리게이트웨이랩스(LGL)’가 2027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바이오캠퍼스 내에 개소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C랩 아웃사이드(C-Lab Outside)’에 입주한다.
이는 LGL이 중국에 이어 미국 외 지역에 설립하는 두 번째 거점이라는 점에서 한국 바이오 산업의 위상을 입증한 성과로 풀이된다. 국내 벤처들이 겪어온 연구와 생산의 단절을 해소하고 글로벌 상업화까지 직행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 경영을 통해 국가에 기여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의 가치도 실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백신 제조시설 네트워크(VMFN)’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동아시아 기업 최초로 글로벌 백신 생산 거점에 등극했다. 팬데믹 시 최대 5000만회 투여량의 백신을 제공하며, 특히 국내 생산물량을 한국에 우선 공급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 실질적인 ‘국가 백신 보건망’을 구축했다.
또한 영국 왕실 주도의 ‘지속가능한 시장 이니셔티브(SMI)’ 의장을 맡으며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환경 경영에도 매진하고 있다.
송도 캠퍼스의 밤은 낮보다 뜨겁다. 거대한 배양기 안에서 세포들이 자라나는 동안, 수천 명의 전문가는 세계 각국으로 보내질 약물의 품질을 검수한다. 과거 반도체 신화를 일궈냈던 삼성의 DNA가 바이오에서도 고스란히 숨 쉬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단순한 위탁 생산 공장을 넘어 전 세계 인류의 건강을 책임지는 ‘글로벌 바이오 솔루션 허브’. 2011년의 무모해 보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도전은 이제 138만5000L라는 압도적 생산력을 향한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존 림 대표는 “우리는 단기적인 성장에만 만족하지 않는다”며 “회사의 미래를 위해 중장기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초격차 시즌 3’는 이제 막 막을 올렸다.
인천=최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