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내 골프장 살포 농약 하천 유입…먹거리 안전 비상

44개 골프장 농약 사용량 최대 7배 격차
유출수 끌어다 농업용수로 농가 ‘무방비’
비오면 농도 상승 먹거리 안전 사각지대


경남보건환경연구원이 오는 6월까지 도내 44개 골프장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장마철 대비 농약 잔류량 검사’ 과정 개념도. [경남도 제공]


[헤럴드경제(창원)=황상욱 기자] 경남도내 골프장에서 살포된 농약이 우천 시 하천으로 유입돼 인근 농경지로 흐르고 있지만 행정 당국의 감시 체계는 골프장 부지 내부에만 머물러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골프장별 농약 사용량이 최대 7배나 차이 나는 상황에서 하천 오염은 수치로 확인됐으나 정작 외부 방류수를 점검할 제도적 장치가 없어 ‘먹거리 안전’에 경고등이 켜졌다.

1일 경남도에 따르면 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장마철을 앞두고 도내 골프장 44개소 전체를 대상으로 농약 잔류량 검사에 착수했다. 이번 검사는 농약 살포가 집중되는 이달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진행된다. 최근 1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도내 골프장의 단위 면적당 농약 사용량은 ㏊당 연간 최소 1.1kg에서 최대 7.8kg로 집계돼 관리 방식에 따라 투입량이 무려 7배 이상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다량 살포된 농약이 골프장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구원 조사 결과 비가 올 때 골프장 인근 하천수의 농약 농도는 평상시보다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는 44개 골프장 배수구를 통해 농약 성분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는 수치적 증거다.

가장 심각한 지점은 이 오염된 하천수가 인근 농지의 농업용수로 그대로 사용되면서 ‘먹거리 안전’을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골프장 하류 농가들은 마땅한 대체 용수가 없어 농약 성분이 섞인 개울물을 논밭에 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수용성 농약 성분이 농작물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재배된 농작물은 지역 시장을 통해 여과 없이 유통돼 식탁에 오른다. 골프장 오염수가 단순한 환경 오염을 넘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는 통로로 열려 있는 셈이다. 이처럼 실질적인 피해 우려가 드러났음에도 현행 ‘물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령은 여전히 ‘담장 안 검사’에만 치중하고 있다.

현재 규정은 골프장 내부 토양과 연못 수질 검사만을 의무화할 뿐 밖으로 나가는 하천수에 대한 정기 검사나 규제 기준은 전무하다. 반면 환경 선진국은 골프장 관리 핵심을 ‘외부 방류수의 환경 유해성’에 둔다. 미국과 유럽은 골프장 밖으로 나가는 물이 주변 생태계와 인근 농지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농약 사용량을 엄격히 통제하는 시스템을 이미 정착시켰다.

이에 경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올해 연구 사업의 초점을 ‘방류수 유해성 입증’에 맞췄다. 44개 골프장 밖 하천으로 유입되는 농약이 생태계와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중앙 정부에 법적 감시 체계 강화를 건의할 방침이다.

정인호 물환경연구부장은 “비가 올 때 농약 성분이 외부로 씻겨 나가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이제는 내부 점검을 넘어 방류수를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골프장 농약 사용량의 큰 편차와 우천 시 유출 팩트가 확인된 만큼 식탁 안전을 위해 골프장 외부 하천을 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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