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돼
무죄 주장했지만 1심서 유죄 인정
2심도 유죄 판단…다만 선고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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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자녀 생활기록부 유출 관련 의혹으로 고발됐던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수사기록을 보여준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에게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선고유예는 법원이 범행의 정도가 비교적 가볍다고 보는 경우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서, 일정 기간 별다른 문제 없이 유예기간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것이다. 1심과 2심을 거치면서 법원은 이 경찰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 경찰관은 “박 전 장관에게 수사기록을 보여준 것은 맞다”면서도 “해당 정보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실이라 비밀이 아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해당 정보를 활용해 박 전 장관이 수사 또는 압수수색을 대비할 수 있었다”며 수사에 상당한 장애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시간은 지난 지난 2022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 전 장관이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외부로 유출해 입시 컨설팅 학원의 첨삭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육부 훈령 등에 따르면 생활기록부의 외부 유출 및 정정은 원칙상 금지된다. 각종 논란 끝에 박 전 장관은 취임 35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경찰은 해당 혐의 관련 박 전 장관에 대한 고발 사건 수사에 들어갔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서 수사과 팀장이던 A경감은 지난 2023년 1월 박 전 장관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 “경찰서로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피고발인 조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약 5시간 뒤 박 전 장관이 경찰서에 오자 A경감은 약 50분 간 수사기록을 열람하게 해줬다. 고발장, 고발인의 진술 조서, 수사진행상황 보고서, 수사업무협조 요청 공문, 해당 고등학교의 회신 공문, 수사보고서 등 수사 기록 전체를 열람하게 해줬다.
여기엔 고발인의 인적사항, 담당 수사관이 확보한 자료, 향후 수사 계획, 경찰 내부의 법리 검토 등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고발을 당한 박 전 장관 입장에서 유리한 자료였다. 수사기관이 확보하지 못한 자료를 인멸하거나, 다른 관련자들에게 허위의 진술을 맞추게 하는 등 수사에 대비할 수 있는 자료였다.
A경감이 이러한 ‘특혜’를 준 사실이 알려진 후 경찰은 지난 2023년 3월 A경감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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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헤럴드경제DB] |
결국 A경감은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A경감은 무죄를 주장했다. A경감은 “해당 수사기록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실이라 공무상 비밀누설죄에서 말하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전 장관의 주거지에 찾아간 건 편의를 제공한 게 아니라 피의사실 요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누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A경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을 맡은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구창규 판사는 지난해 5월, A경감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경감이 수사기록을 열람하게 한 당시까지만 해도 박 전 장관에 대해 어떠한 수사결과도 나오지 않았고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며 “해당 수사기록엔 사건 관계자의 개인정보가 있었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 어떤 수사를 시도했는지, 압수수색영장 청구 등 향후 수사 계획이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전 장관은 수사정보를 활용해 관계자와 접촉해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유도할 수 있었다”며 “경찰의 자료 수집을 방해하거나 추후 이어질 수 있었던 압수수색을 대비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이런 행동으로 나아가진 않았으나 유출 자체로 수사에 상당한 장애를 초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수사정보엔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정보가 아닌 것도 있다”며 “당시 박 전 장관에게 수사기록을 50분간 열람하게 한 것은 이것 자체로 수사정보를 누설한 행위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A경감이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8-2형사부(부장 최해일)도 지난 1월 중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형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 양형조건을 고려해 해당 피고인이 뉘우치는 게 뚜렷할 때 형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2심 재판부는 A경감에 대해 “수사기능의 방해라는 위험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수사 과정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의심받게 했다”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초범인 점과 함께 “범행의 주요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며 선고유예를 택했다. 아울러 “박 전 장관에게 금품을 수수했거나 기타 유착관계가 개입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해당 범행으로 인해 수사에 실제 지장을 초래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A경감의 누설한 내용이 박 전 장관 입장에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정도의 정보였던 것으로 보여 비밀의 침해 정도가 무거워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또한 “A경감이 공명심에 치우쳐 장기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24년간 경찰로 성실히 근무했다”고 했다.
현재 이 판결은 확정됐다. 2심 판결에 대해 검찰과 A경감 모두 불복하지 않았다.
한편 박 전 장관은 지난 2023년 5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박 전 장관이 자녀들에 대해 학원에서 입시 컨설팅을 받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도 “자녀의 생활기록부를 외부로 유출해 수정하거나 이를 활용해 대학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