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하늘에 우울해요”이틀 중 하루가 뿌연 시야…‘미세먼지 블루’ 앓는 사람들 [세상&]

지난달 서울 이틀 하루꼴로 초미세먼지 ‘나쁨’


수도권에 미세먼지 수치가 ‘나쁨’ 상태를 보인 지난 1월 16일 오전 서울 도심 일대가 미세먼지와 안개로 인해 뿌연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35)씨는 지난 주말 내내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낮 기온이 한때 20도를 넘나들며 포근했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종일 ‘나쁨’이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날은 따뜻한데 창 밖이 온통 뿌열 정도로 먼지가 심해 나갈 엄두가 나지 않더라”며 “그냥 집에서 공기청정기 켜고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미세먼지가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니 답답하고 울적하다”고 했다.

기온이 오르며 완연한 봄 날씨가 찾아왔지만 미세먼지 영향으로 하늘이 희뿌연 날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에서 초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기록한 날은 이틀에 하루꼴이었다.

서울 강서구 주민 조모(32)씨도 미세먼지 때문에 주말 등산 계획을 취소했다. 조씨는 “등산이 취미인데 미세먼지가 안 좋다고 해서 못 갔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야외 활동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송모(64)씨는 “3월인데 맑은 하늘을 거의 못 본 것 같다”며 “예전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미세먼지 때문에 봄 느낌이 안 난다”고 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우울감 호소에 대해 구자현 루카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원장은 “미세먼지가 도파민 수치를 떨어트리고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연구들이 있다”며 “미세먼지는 불가항력적인 외부 요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연세대 원주의대 연구팀(이진희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노출은 뇌의 특정 부위에 스트레스를 유발해 우울증에 취약한 상태를 불러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 부원장은 “외출 자제가 권고될 만큼 수치가 나쁜 날을 제외하고 미세먼지가 있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국외 미세먼지 유입과 대기 정체의 영향으로 전국 곳곳의 대기질이 나쁜 지난 1월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일대. 임세준 기자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려면 야외 활동을 가급적 피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폐포까지 깊숙이 침투할 수 있을 정도로 입자가 가늘다”며 “혈류를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며 심혈관 질환이나 장기적으로는 암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세먼지·초미세먼지가 짙은 날엔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부득이 야외에 나가야 하는 경우 답답하더라도 KF95급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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