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달러 위협보다 스위프트 우회 전략 평가
![]() |
|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 지역에 정박한 선박의 모습. [로이터] |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유조선들로부터 위안화 또는 디지털자산으로 통행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실제 시행 시 100억달러 상당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시장 분석이 나왔다. 또한 이 같은 전략은 달러 패권을 흔들어 미국을 위협하는 신호로 보기보다 국제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망을 우회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를 내고 “실제 통행료 결제의 상당 부분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진다면 연간 100억달러 이상의 스테이블코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비중만을 보수적으로 반영한 수치로 이란 현지에서는 척당 200만달러에 일일 통항량이 140척이라는 가정 하에 연간 최대 1000억달러의 수익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양 연구원은 “수에즈 운하 통행료와 비교할 때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며 척당 40만달러, 일일 통항량 140척을 적용해 연간 약 200억~250억달러 수익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또한 양 연구원은 “이란의 위안화·스테이블코인 결제 구상은 기존 페트로달러 체제를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닌 스위프트망을 우회하기 위한 대안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에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부과하면서 이를 위안화와 스테이블코인으로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기존 페트로달러 체제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양 연구원은 국제 금융제재 아래 놓인 이란이 효과적으로 해협 통행료를 징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현재 이란은 스위프트망 접근이 막힌 상태다. 지난 2012년 유럽연합(EU)의 제재로 스위프트망에서 배제된 이란은 2015년 주요국과 핵합의(JCPOA)를 체결하면서 국제 결제 시스템에 일시적으로 복귀했으나 3년 뒤 이란이 핵합의를 탈퇴하면서 다시 제재 상태에 놓였다.
양 연구원은 위안화 결제와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성격을 구분했다. 전자는 달러 중심의 국제 결제 구조를 일부 대체한다는 점에서 페트로달러 체제에 도전하는 성격이 있지만 후자는 약 99%가 달러에 연동돼 있어 실질적으로 달러 기반 결제 시스템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양 연구원은 “이란의 목적이 페트로달러 체제 약화에 있었다면 위안화 중심 결제를 선택하는 것이 더 일관된 전략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이란이 스테이블코인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제3국과도 비교적 원활하게 결제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라는 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위안화는 국제 유동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중국 외 제3국과의 거래에 보편적으로 쓰이기 어렵지만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상대적으로 활용 범위가 넓다는 이유에서다. 양 연구원은 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같은 구상이 실제로 원활히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양 연구원은 최근 테더와 서클이 이란 디지털자산 거래소 월렉스(Wallex)의 자금 약 249만달러를 동결한 사례를 언급하며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규제 준수 의무를 따르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란이 스위프트를 우회해 통행료를 징수하려 하더라도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상당한 제약에 직면할 것이라고 봤다.
또 “통행료 부과는 유엔해양법(UNCLOS) 위반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있다”며 “실제 시행 여부나 결제 수단의 구제적인 구조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