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보호’를 위한 ‘규제’가 과연 답인가


극장은 늘 가고 싶은 곳이었다. 이렇다 할 문화 활동이 어렵던 유년 시절엔 학교 단체 관람이 결정되면 그 주 내내 들떴고, 대학 시절엔 좋아하는 선배 옆에 앉아 배우 대사보다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결혼 후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도 뽀로로, 타요, 티니핑 등 아이들과 함께 동심의 세계로 떠났던 장소도 바로 극장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필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예전에 비해 극장을 찾는 빈도가 줄었다. 콘텐츠 소비 방식이 급격히 변하면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공식이 희미해진 탓이다. 특히 한국 영화계는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까지 황금시대를 구가했던 터라 그 충격은 더 컸다. 이재명 대통령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꽃은 화려한데 뿌리가 썩고 있다”고 일갈할 정도다. 그야말로 ‘극장의 위기’다.

그래서 요즘 회자하는 정책이 바로 ‘홀드백(Holdback)’ 규제다. 극장 개봉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인터넷TV(IPTV) 등 2차 플랫폼 공개까지 일정 기간 유예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 문체위 간사인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극장 상영이 끝난 후 최대 6개월이 지나야만 타 플랫폼에 영화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안’을 각각 제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극장의 고사를 막기 위해선 홀드백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극장 매출이 어느 정도 보장이 돼야 제작·투자·배급·상영으로 이어지는 영화 산업의 생태계를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OTT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한 중저 예산 영화의 배급 및 상영을 위해선 홀드백 규제가 최소한의 안전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완전히 바뀐 상황에서 극장-지상파-OTT 및 IPTV로 이어지는 영화 유통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정책은 사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이 ‘극장의 위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장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국내 영상 콘텐츠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기존 시스템이나 관행을 정답인 양 정해놓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논리 자체가 맞지 않다.

특히나 콘텐츠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요즘, 극장에서 개봉했던 영화를 일정 기간 인위적으로 잡고 있다가 2차 플랫폼에 공개하면 시청자의 선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영화인들은 이미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개봉일이 미뤄진 ‘창고 영화’의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유명한 배우와 대규모의 투자가 들어간 영화라도 제때 개봉하지 못해 관객의 외면을 받았던 것. 아무리 트렌디한 소재를 잡더라도 2~3년의 제작 기간 등을 감안하면 작품을 빨리 공개하는 게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더 낫다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극장의 위기, 나아가 한국 영화계의 위기는 단순히 극장만을 보호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극장과 OTT, 그리고 영상 콘텐츠의 투자 생태계를 어떤 방식으로 다시 설계해야 하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 또 산업 보호뿐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도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대책도 ‘홀드백’ 입법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라 극장은 물론 제작자 및 관객 지원 등 폭넓은 패키지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신소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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