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한국노총 상급단체 따라 교섭도 따로
정부부처·공공기관 하청노조도 교섭 요구 ‘봇물’
제조업 넘어 백화점·콜센터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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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포스코 하청 노동조합들이 원청 기업인 포스코와 개별로 분리 교섭을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들의 교섭 요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오는 10일 시행 한 달을 맞는 가운데 원청을 향한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는 이미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민간 대기업 중 처음으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는 포스코 사례가 나오면서 원청 대기업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하청 노동자 단체와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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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하청노조 985곳(조합원 14만3786명)이 원청 367곳을 상대로 교섭 요구를 제기했다.
개정 노조법 시행 한 달도 안 돼 원청에 교섭 요구를 한 하청노조가 1000여 곳에 달하는 셈이다. 하청 노동자 단체들의 이 같은 교섭 요구 폭주는 일찍이 예견됐다.
시행 첫 날인 지난달 10일 하청노조 407곳(조합원 8만1600명)이 원청 221곳을 상대로 “진짜 사장 나와라”며 교섭 요구를 개시했다. 이틀째까지 하청노조 총 453곳(9만8480명)이 원청 사업장 248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한화오션·HD현대중공업·현대건설·한국타이어·한국GM 등 자동차·조선·건설 업종에서 두드러졌다.
한국노총 산하 노동자 단체들 역시 포스코·쿠팡CLS·서울교통공사·한국철도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교섭을 요구하며 동참했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한국노총 금속노련의 교섭 요구 당일 곧바로 응했으나 뒤이어 또 다른 하청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플랜트건설노조도 각각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전날 이들 하청노조에 대해 원청 포스코가 사용자 지위를 갖고 있다고 결정하면서 포스코는 민주노총 하청노조 2곳과도 따로 교섭 테이블에 앉게 됐다.
하청노조가 각기 다른 상급 노조(민주노총·한국노총)에 속해 있다면 별도로 교섭을 해야 한다는 이번 노동위원회 판단에 따라 산업계는 그동안 우려했던 ‘교섭단위 쪼개기’는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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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공공기관들도 예외는 아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후 공공부문에서도 하청노조들의 교섭 요구가 빗발쳤다.
이달 6일 기준 공공부문에 대한 하청노조의 교섭 신청은 152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건수 중 공공부문이 약 41%를 차지했다. 이중 중앙부처는 기획예산처, 보건복지부 등 8곳이다. 조합원 수로 보면 49%로, 절반에 달한다.
노란봉투법 시행 후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한 첫 판정이 나온 것도 공공부문이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일 4개 공공기관(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상대로 한 신청사건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모두 인용 결정을 내렸다.
충남지방노동위는 “각 공공기관이 하청 근로자들의 안전관리 및 인력배치 등에서 노조법상 실질적인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인정했다”며 “원청인 공공기관이 절차적으로 신청인인 공공연대노동조합과 교섭, 즉 대화에 임하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돌봄공동교섭단은 보건복지부·성평등가족부·교육부·국가보훈부를 비롯해 서울시·경기도·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57개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실질적·구체적’ 개입 정도를 명확히 가리려면 결국 개별 사건마다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지방노동위원회에는 교섭요구 사실 공고 및 교섭단위 분리 신청 사건이 이어지며 시행 초기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교섭 관련 심판 사건은 273건(3일 기준)에 달한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에도 65건(지난달 30일 기준)의 질의가 접수됐다.
국내 제조업 특성상 원청 기업이 1, 2, 3차 등 여러 단계에 걸쳐 수백 곳의 하청업체를 두고 있는 만큼 노사 교섭에 대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의 해석지침은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의 생산계획, 작업일정, 근로시간, 휴게시간 등을 실질적·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경우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명시했다.
반면, 원청 기업이 출입절차만 통제하고 근로시간은 하청업체의 고용주가 편성하는 경우 원청 기업을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자동차·철강 등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 업종에서도 원청 교섭 요구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은 19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고, 농협유통과 쿠팡 택배노동자들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에 나선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13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콜센터노동자 원청교섭 쟁취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