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이란과 미국 및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갈등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주요 수송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원유 수입의 약 60~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석유는 에너지원일 뿐 아니라 플라스틱, 합성수지 등 화학산업의 핵심 원료라는 점에서 공급 불안은 산업 전반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갈등이 완화되고 유가가 안정되기를 기대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유사한 상황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에너지와 화학산업에서의 석유 의존도를 어떻게 낮출 것인가. 이러한 고민의 끝에서 필자는 ‘이산화탄소’를 떠올려 본다. 석유를 사용한 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다시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될 수 있다면, 다소 역설적이지만 매우 의미 있는 접근이 될 수 있다. 온실가스로서 줄여야 할 대상인 이산화탄소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큰 가치가 있다.
이산화탄소를 연료나 화학원료로 전환하는 기술이 바로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이다. 이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는 메탄올이나 에탄올과 같은 연료로, 또는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물질로 전환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환 과정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특히 이때 사용되는 에너지가 화석연료 기반이라면 탄소 저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정전기나 그린수소와 같이 탄소 배출이 적은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CCU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다면 현재의 전력 생산 체계를 급격히 바꾸지 않으면서도 탄소 저감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상적으로 화력 및 천연가스 발전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으로 방출되기 전에 완전히 포집·전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은 유지하면서 향후 계획대로 청정전기를 생산, CCU에 활용함으로써 탄소중립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더욱이 변동성이 큰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직접 전력으로 사용하는 대신, CCU 공정에 활용하는 방식은 에너지 활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CCU는 아직 본격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지 못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기술 성숙도와 경제성의 한계다. 현재로서는 석유 기반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낮아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러나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고려할 때 CCU는 단순한 선택이 아닌 전략적 투자 대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우선 기업들의 CCU 실증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청정전력 공급과 이산화탄소 포집·공급 체계를 공공 인프라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이 CCU 실증 국가 R&D 참여 시 초기 분담금 비중을 조정하여 부담을 최소화하고, 상용화 이후 기술료 납부 체계를 설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아울러 실증 단계에서의 규제 완화와 인증 절차의 합리적 개선을 통해 기술 개발과 시장 적용 간 시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산화탄소는 관리 대상이자 동시에 잠재적 자원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기술, CCU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불확실한 에너지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과감한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이다. 이 여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선도적 위치에 설 수 있다면, 그것은 탄소중립을 넘어 새로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
민병권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연구전략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