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에 ‘포괄적 주식교환’ 법적 다툼 늘어난다 [줌-인 딜리전시]

락앤락 vs 소액주주 주식교환가격 두고 소송
법원 “시장가격 기준 문제없다” 락앤락 승소

외환위기 때 도입된 포괄적 주식교환 제도
기업 구조 재편·사모펀드 상폐 전략에 사용

상법개정 후 소액주주와 관련 분쟁 증가 전망
가격·절차 공정성 논란…입법 보완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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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캐피탈은 6월 에코마케팅에 대한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을 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에코마케팅은 국내 1위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 운영사로 에코마케팅 소액주주들은 주식교환이 소액주주 축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안다르 호주 시드니 단독매장 모습. [안다르 제공]



사모펀드(PEF)가 소액주주의 지분을 현금으로 정산하고 상장폐지(이하 상폐)를 단행하는 이른바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 이를 둘러싼 자본시장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마침내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소액주주들은 턱없이 낮은 교환 가격의 불공정성을 호소하며 반발했지만, 법원은 “시장 가격이 객관적 기준”이라며 사모펀드의 손을 들어줬다.

투자업계에선 아직 더 정리돼야 할 과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며 규제 판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어서다. 정부가 소액주주 권익 침해 개선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향후 유사한 갈등과 법적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 인수 기업의 자발적 상장폐지는 사모펀드 업계에선 널리 활용되는 투자 방식이다. 이를 둘러싼 논쟁은 더 가중될 조짐이다.

▶사모펀드 ‘포괄적 주식교환→상폐’ 전략 첫 판결=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2부(부장 조정웅)는 최근 락앤락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수가격 결정 사건에서 회사가 1주당 8755원으로 정한 매수가격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사건은 현재 항고심이 진행 중이다. 사모펀드의 포괄적 주식교환 활용에 대한 법원 판단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모회사가 자회사 주주들의 주식을 모회사 주식이나 현금으로 교환해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반대주주는 법원에 주식매수가격을 결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 분쟁은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가 추진한 락앤락 상폐 과정에서 촉발됐다. 어피너티는 2017년 약 6300억원을 투입해 락앤락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고 2024년 12월 상폐를 단행했다.

문제는 어피너티가 자발적 상폐를 위한 지분 확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자발적 상폐를 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가 95%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어피너티는 2024년 4월부터 6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주당 8750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추가적으로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였지만 최종 지분율은 89.17% 수준에 그쳤다.

어피너티는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이라는 우회 방식을 선택했다. 다만 전체 주주의 2.98%가 법원에 매수가격 조정을 신청하면서 분쟁이 본격화했다. 회사 측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에게 기존 교환가격에서 5원 올린 8755원을 최종 제안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시장가격 자체가 왜곡돼 공정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상폐를 전제로 한 공개매수 상황에서는 강한 ‘매도 압력’이 작용해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매수가격이 기업의 자산가치에 비해 낮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회사 측은 기존 5000~7000원대에서 횡보하던 주가에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을 얹어 공개매수와 주식교환을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액주주 측은 공개매수 가격이 2023년 말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 0.76배에 불과해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된 수준으로 이익잉여금 등을 반영해 최소 1주당 1만1658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시장주가는 다수 투자자의 정보와 판단이 반영된 객관적 가치로 보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매수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장기간 공개매수를 통해 형성된 가격을 매수가격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제도 취지를 훼손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액주주 측은 주식매수가격을 법원이 정할 수 있도록 한 취지는 지배주주의 영향에서 벗어나 공정한 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배주주가 주가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시가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법원 판단이 지배주주의 전략에 귀속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배주주가 유리한 시점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 시장가격이 공정가치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교부금 주식교환은 소수주주 입장에서 의사와 무관하게 주주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 구조인 만큼 대가의 공정성을 엄격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재무상황이나 자산가치와 단순 비교만으로 시장주가가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IMF사태 구조조정 위해 도입…사모펀드도 애용=법원이 일단 사모펀드의 손을 들어줬지만 현재 시장에서 유사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분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인캐피탈은 6월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 운영사 에코마케팅에 대한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할 예정이다. 베인캐피탈은 3차례 공개매수를 시도했으나 92.4% 지분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교환가격은 공개매수와 동일한 1만6000원이다.

EQT파트너스 역시 코스피 상장사 더존비즈온에 대한 2차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공개매수 완료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 행사 등을 통해 상폐를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 촉진, 지주회사 체제 도입을 쉽게 하기 위해 도입됐다. 합병이나 현물출자 등 기존 방식보다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성이 반영된 제도다.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은 기업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자주 사용됐다. 2012년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2016년 KB금융지주-현대증권, 2020년 한화갤러리아-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2025년 코오롱-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이 대표적 사례다.

2015년 상법 개정으로 모회사 주식 대신 ‘현금’을 교부할 수 있게 되면서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됐다. 특히 사무펀드들이 인수 이후 상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개매수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합하는 전략이 자리 잡았다.

사모펀드는 통상 기업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별도로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를 통해 인수 기업의 지분을 취득한다. SPC 주식을 인수 대상 기업의 주주들에게 교부할 경우 해당 주주들이 SPC의 주주로 남게 된다. 하지만 현금을 지급하면 소액주주 없이 사모펀드-SPC-인수기업으로 이어지는 주주 관계로 단순화한다. 기업 경영권 인수 이후 배당·자산 매각·인수·합병 등 의사결정을 보다 쉽게 수행할 수 있고 상폐 할 경우 공시 의무에서도 벗어난다.

▶소액주주 반발에 금감원도 감시 강화=이 같은 구조는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데에 단점이 있다. 포괄적 주식교환이 사실상 소액주주를 ‘축출’하는 제도로도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구조 재편 수단으로 도입됐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 주주의 지분을 일괄 정리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현금교부형 주식교환의 경우 모회사 주식도 받지 못해 주주로서의 지위가 완전히 사라진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명문화하면서 규제 환경도 변하고 있다. 법무부는 2월 ‘기업 조직개편 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계열사 간 합병이나 상폐를 위한 거래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개매수, 포괄적 주식교환, 장내매수, 주식병합, 대주주 매도청구권 행사 등 상폐를 전제한 다양한 거래를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으로 규정했다.

특히 상폐를 위한 거래의 경우 일반주주가 주식을 팔지 않을 수 없는 ‘매도압력’이 상당하다고 봤다. 상폐를 한 이후에는 주식을 팔기가 힘들어지고, 공개매수 이후 현금교부형 주식교환이 예정돼 있는 경우 회사가 주식교환 가격을 공개매수 가격보다 낮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금교부형 주식교환은 주주로서 입는 피해가 더욱 클 수 있어 특별위원회 구성, 외부전문가 검토 등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이마트-신세계푸드의 포괄적 주식교환에 제동을 건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3월 이마트와 신세계푸드가 포괄적 주식 교환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투자판단과 관련된 중요사항이 누락돼있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정 상법과 법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포괄적 주식교환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주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가격·절차 공정성 공방…입법 논의도=업계에서는 결국 ▷주식교환 가격의 적정성 ▷가격 산정 과정의 공정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가격을 두고 벌어지는 소액주주와 지배주주의 줄다리기다. 시장가격이든, 순자산가치든 상황에 따라 반발이 생기는 것을 불가피하다”며 “외부 전문가들이 공정하게 가치평가를 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입법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장사 합병 시 주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시장가치 외에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순자산가치’를 하한선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합병과 경제적 실질이 유사하다고 보고 있어, 합병 관련 유산한 내용의 법이 통과될 경우 포괄적 주식교환에도 준용될 가능성이 높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상폐를 위한 공개매수와 포괄적 주식교환이 있을 때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법원도 현행 법제에서는 회사가 지급한 가격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2024년에 있었던 두산밥캣이 이슈가 됐지만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못했고 올해 또 다시 신세계푸드의 상폐를 위한 포괄적주식교환이 문제가 되고 있다. 유사한 사례가 또 다시 발생해 소액주주들이 피해 보지 않도록 입법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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