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핵심” 공감대…‘원칙 금지’ 두고 온도차

투자자 “지배력 레버리지 해소해야”…주주 동의·공시 강화 요구
기업·VC “M&A·IPO 위축 우려”…유예·예외 필요성 제기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송하준 기자] 자회사 중복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도 도입을 두고는 시장 주체 간 입장 차가 드러났다.

16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세미나에서는 지배주주 중심 구조가 일반주주 가치를 훼손해 왔다는 문제 인식과 제도 도입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투자자 측은 중복상장을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지목하며 강도 높은 규제를 요구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중복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적인 문제”라며 “실질 지분율은 2~3%에 불과하지만 피라미드 구조를 통해 30% 수준의 지배력이 행사되는 지배력 레버리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이익 중심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며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투자자 역시 중복상장이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서경 부산대 투자동아리 SMP 부회장은 “중복상장은 투자자의 시장 신뢰 문제”라며 “물적분할 이후 개인 투자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주가 변동에도 가장 취약하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과 금융투자업계는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적용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중복상장 문제에 대해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복상장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지분 가치나 현금흐름이 희석되는 문제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상장 금지나 주주 동의만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자회사 상장까지 제한할 경우 M&A 시장이 위축되고 이는 결국 IPO 시장과 벤처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한철 한국투자증권 본부장도 “IPO는 기업 성장과 자금조달의 핵심 수단”이라며 “급격한 제도 변화는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유예 기간을 포함한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제도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복상장의 본질은 일반주주의 주식 가치 훼손”이라며 “원칙 금지와 예외 허용이라는 방향은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주 다수결에만 의존할 경우 책임 주체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며 “이사회 책임성을 강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이날 논의를 반영해 4월 중 거래소 규정안을 마련해 개정예고를 실시하고 상반기 중 개정 절차를 완료해 이르면 7월부터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