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홀린 삼성 최첨단 공정…테슬라 차세대 칩 생산 초읽기

삼성·테슬라 ‘동맹’ 결실…파운드리 기대감
“AI5 테이프 아웃 축하, 삼성에 감사”
차세대 AI칩 설계 완료, 시제품 생산
삼성 파운드리, 선단 공정 경쟁력 입증
美 테일러 공장 2나노 내년 양산 전망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16일 테슬라의 AI칩 ‘AI5’ (가운데) 설계를 완료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는 “이 칩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삼성전자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 X 제공]


삼성전자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로부터 수주한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AI5’ 설계를 마치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 자율주행차·로봇 두뇌에 삼성 칩 탑재=16일 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테슬라 AI 칩 디자인 팀이 AI5 ‘테이프 아웃’을 한 것을 축하한다”며 “AI6와 도조3, 그 외에 멋진 칩들이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테이프 아웃’은 반도체 설계를 완료하고 위탁생산 시설인 파운드리에 전달하는 것으로, 시제품 생산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머스크 CEO는 “이 칩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삼성전자와 TSMC에 감사하다”고 전하며 위탁생산을 맡은 양사 파운드리를 직접 언급했다.

AI5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당초 대만 TSMC가 단독 양산하기로 했으나 삼성전자가 일부 물량을 수주한 사실이 머스크 CEO의 입을 통해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10월 테슬라의 3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삼성전자와 TSMC 모두 AI5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의 AI4 칩 수주 이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차차세대 ‘AI6’ 칩 공급 계약을 따내면서 파운드리 반등을 위한 신호탄을 쐈다. 수주 규모만 약 23조원 수준으로, 2033년까지 테슬라에 공급하기로 했다.

AI5의 추가 수주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테슬라의 차세대 칩들을 연이어 생산하기로 하면서 테슬라와의 협력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생산거점으로는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에 들어가 내년부터 양산 활동을 시작하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이 꼽힌다. 2∼3나노(㎚·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해 AI5·AI6를 생산할 예정이다. AI4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평택공장에서 양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파운드리, ‘부진의 터널’ 끝 보인다=수주 부진에 신음하던 삼성전자가 대형 고객사인 테슬라의 AI 칩 물량을 확보하면서 분기마다 수조원대 적자를 냈던 파운드리 사업의 실적 개선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올 1분기 비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는 1조원대 안팎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 수주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선단 공정 경쟁력을 입증할 기회로도 꼽힌다. 향후 AI5를 안정적으로 양산해 공급할 경우 테슬라로부터 받은 일종의 ‘인증 마크’가 추가 우량 고객사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 1월 진행된 2025년 4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테슬라 수주 이후 미국·중국 대형 고객사들과 활발히 과제를 논의 중”이라며 “특히 올해 고성능 컴퓨팅(HPC), AI용 응용처 중심으로 2나노 수주 과제는 전년 대비 130% 이상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사업부는 국내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업 딥엑스의 2세대 칩 ‘DX-M2’도 수주했다. 앞서 선보인 딥엑스의 1세대 DX-M1이 삼성 파운드리 5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졌다면 2세대 칩은 2나노 공정을 적용해 2027년 양산 계획이다. 삼성 파운드리 2나노 공정을 적용한 최초의 피지컬 AI 칩이다.

올 2월 공개된 신규 스마트폰 ‘갤럭시 S26’ 시리즈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 제조도 맡고 있다. 최첨단 공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의 2나노 공정에서 양산하는 만큼 엑시노스 2600의 출하 확대는 설계를 맡은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의 동반 실적 개선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8세대 HBM에도 삼성 2나노 적용=8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5)의 가장 밑단인 베이스 다이 역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을 적용해 개발 중이다.

황상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메모리개발담당(부사장)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에서 “HBM5의 베이스 다이는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을 활용해 개발 중”이라고 처음 밝힌 바 있다.

올 2월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양산 출하한 6세대 HBM4의 경우 베이스 다이는 삼성 파운드리 4나노 공정으로 만들었다. HBM5에서는 이보다 앞선 2나노를 적용해 기술 격차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HBM의 출하 확대는 향후 파운드리사업부의 수익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의 초미세 로직 공정을 활용하면 전력 효율과 성능 향상은 물론 각 고객사 니즈에 맞춰 맞춤형 제품을 제공할 수 있어 HBM 시장도 사실상 파운드리 싸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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