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신뢰 붕괴…협상 수개월 이상 걸릴수도” [미·이란 전쟁]

美, 핵합의 일방 파기 전례…이란 불신↑
당장 종전해도 석유 공급 10억배럴 공백
유가불안 장기화…에너지시장 우려 고조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혁명광장에서 21일(현지시간) 친정부 시위대가 탄도미사일 모형 주변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AP=연합]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혁명광장에서 21일(현지시간) 친정부 시위대가 탄도미사일 모형 주변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휴전연장 이후 이란과의 2차 협상 재개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양국 간 깊어진 불신으로 인해 협상이 수개월 이상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오바마 행정부때 체결한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던 전례가 이란 측의 강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지도부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시절 체결된 핵합의(JCPOA)를 탈퇴한 경험을 여전히 핵심 리스크로 보고 있다. 당시 미국은 이란의 협정 위반을 공식적으로 입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고, 이후 이란은 핵 프로그램 제한을 사실상 무력화하며 우라늄 농축을 확대했다. 이 같은 경험은 현재 협상에서도 “미국이 언제든 합의를 뒤집을 수 있다”는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이에 따라 협상에서 단계적 접근을 고수하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 이전이나 농축 중단 등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요구받는 만큼, 미국의 제재 완화 역시 단계적으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양보는 제재 완화 등 상대적으로 되돌리기 쉬운 조치가 많아 협상 구조 자체가 비대칭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국 간 불신은 상호적이다. 미국은 이란이 과거 핵 프로그램을 은폐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해왔다고 보고 있으며, 이란의 핵 개발 의도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군사 행동 가능성을 의식하며 협상 중에도 군사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적 불신을 고려할 때 협상이 단기간에 타결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카림 사자드푸르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현재 양국 간 신뢰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라며 “이처럼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협상은 통상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협상 지연은 에너지 시장에도 장기 충격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석유 거래업체들은 전쟁 여파로 약 10억배럴 규모의 공급 공백이 발생했으며, 이는 종전 이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셀 하디 비톨 그룹 최고경영자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FT 글로벌 원자재 서밋에서 “이미 석유 시장은 대규모 공급 손실에 직면해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되더라도 공급 흐름 정상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해협 통행이 재개되더라도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프레데릭 라세르 군보르 그룹 리서치 책임자는 “전체 공급망을 다시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최소 3~4개월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극히 제한적이며, 글로벌 유조선 운항 경로 재편과 재고 부족 문제까지 겹치며 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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