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제품 1위 키트루다의 316억弗 첫 추월
비만·당뇨 시장 폭발…제약업계 지형도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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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운자로. [한국릴리 제공]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중심축이 항암제에서 대사질환 치료제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특히 일라이 릴리의 비만 및 당뇨 치료제 성분인 ‘터제파타이드’ 제품군의 합산 매출이 단일 품목 세계 1위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넘어서며, 제약 산업의 역사적인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네이처 리뷰 드럭 디스커버리(Nature Review Drug Discovery)’ 2026년 4월호 자료를 정리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일라이 릴리의 터제파타이드 제품군(마운자로·젭바운드) 합산 매출은 365억달러(약 54조492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수년간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 매출액인 316억달러(약 46조7932억원)를 약 50억달러 차이로 앞지른 기록이다.
세부 실적을 살펴보면 릴리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는 2025년 한 해 동안 230억달러(약 34조58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단일 제품 순위 2위에 올랐다. 이는 2024년 대비 114억달러(약 16조8811억원), 즉 99%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결과다.
여기에 체중 관리 및 수면 무호흡증 치료제로 적응증을 넓힌 ‘젭바운드’가 135억달러(약 19조9908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175% 성장, 제품별 순위 9위에 신규 진입하며 힘을 보탰다.
단일 성분 의약품들이 합산 매출을 통해 항암제의 매출 벽을 허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수직 상승에 힘입어 릴리는 2025년 전문의약품(처방의약품) 매출 608억달러(약 90조326억원)를 달성하며 글로벌 제약사 순위 1위에 등극했다. 2024년까지만 해도 매출 기준 상위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릴리는 불과 12개월 만에 매출을 200억달러(49%) 늘리며 업계 최정상 자리를 꿰찼다.
보고서는 이러한 성장이 터제파타이드 제품군의 성공과 더불어 릴리의 전체 포트폴리오 내 매출 감소 요인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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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일라이릴리 사무실의 모습. [로이터] |
릴리의 경쟁사인 노보 노디스크 역시 GLP-1 계열 제품을 앞세워 매서운 추격세를 보이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당뇨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2025년 합산 매출은 312억달러(약 46조2009억원)를 기록했다.
오젬픽이 192억달러(약 28조4313억원)로 제품 순위 3위를 지켰고, 위고비가 120억달러(약 17조7696억원)로 10위에 새롭게 진입하며 선전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제품군 또한 키트루다의 단일 매출액(316억달러) 턱밑까지 따라붙으며 대사질환 치료제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증명했다.
반면 기존 시장을 지배하던 전통 강자들은 순위가 밀려나거나 성장세가 둔화되는 양상이다. 2023년과 202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존슨앤존슨(J&J)은 2025년 593억달러(약 87조811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릴리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다잘렉스’와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트렘피아’가 실적을 견인하며 기존 주력 제품인 ‘스텔라라’의 매출 감소를 상쇄했으나, 릴리의 성장 속도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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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머크(MSD) 로고 앞에 바이알(약병)과 주사기가 놓여 있다. [로이터] |
제품별 순위에서 여전히 1위를 고수 중인 머크의 키트루다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키트루다는 다양한 고형암 적응증을 바탕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한 316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시장조사기관 에볼루이트 파마는 2026년 이후부터 정맥주사 제형의 매출이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환자들이 투약 편의성이 높은 피하주사(SC) 제형인 ‘키트루다 QLEX’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 역전 현상이 단순한 순위 변동을 넘어 의약품 시장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폴 버딩 에볼루이트 부사장은 “향후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뿐만 아니라 여러 제약사의 GLP-1 계열 후속 제품들이 시장에 대거 출시될 예정”이라며 “대사질환 분야에서의 혁신이 글로벌 기업 및 제품 순위에 더 큰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암제 중심이었던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경쟁은 이제 ‘비만과 당뇨’라는 거대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릴리의 1위 탈환과 터제파타이드의 항암제 매출 추월은 그 변화의 서막을 알리는 상징적인 지표로 남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