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BGF로지스 협상 테이블 앉았지만…노동부 “법상 교섭 아니다” 선긋기

사망사고 사흘 만에 BGF로지스-화물연대 교섭 착수
노조 “원청 책임 인정”…노동부 “노조법 상 교섭 아냐”
노란봉투법 적용 범위 두고 법적 논쟁 확산


2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일대 조합원 임시 분향소에서 열린 ‘화물연대 사망 조합원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CU BGF로지스와 화물연대본부가 교섭에 착수하면서 갈등이 협상 국면으로 전환됐지만, 정부의 고민은 오히려 깊어지는 모습이다.

특수고용직 보호 확대라는 정책 기조 속에서 대화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노조법상 지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사용자성 판단 절차 없이 교섭이 진행되면서 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이번 사례를 용인할 경우 노란봉투법 적용 범위가 급격히 확장될 수 있고, 반대로 선을 긋자니 현장 갈등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2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전날 ‘현 상황의 빠른 해결’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단일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합의서에는 BGF리테일이 교섭 이행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화물연대는 양측이 교섭 테이블에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곧 원청으로서의 책임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동위원회 판단 없이도 원청의 책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교섭 자체가 노조법 상 교섭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앞서 노동부는 이번 사안을 노란봉투법상 원·하청 교섭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적 노조 지위와 사용자성 인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도 적용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상 단체교섭은 노동조합과 사용자라는 법적 주체가 특정돼야 성립한다. 하지만 2002년 자신들이 노동자임을 선언하며 출범한 화물연대는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투쟁한 끝에 하급심에서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일부 나오고 특수고용노동자라는 범주에도 들었으나, 여전히 이들은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번처럼 노조로서의 지위나 사용자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접촉은 공식 교섭이라기보다 이해당사자 간 협의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단체교섭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교섭 당사자의 법적 지위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런 판단 절차 없이 진행되는 논의는 법률상 교섭으로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특정 단체와 거래 상대방이 만나 협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곧바로 노조법상 교섭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이번 사안이 향후 노동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이다. 화물노조 사례를 인정할 경우 유사한 교섭 요구가 확산되며 제도 적용 범위가 급격히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동안 특수고용직 보호 확대를 강조해온 노동부로서는 정책 기조와 법적 기준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이번 사안은 노란봉투법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청 책임 범위를 넓히겠다는 취지와 달리, 화물차주처럼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경계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법적 지위는 여전히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원청 사용자 개념은 확대됐지만 법이 누구를 보호 대상으로 삼을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제도 정비 없이 법이 먼저 시행되면서 현장 혼선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화물연대는 올해 1월부터 상하차 업무 완화, 휴식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BGF리테일에 총 7차례 교섭을 촉구해왔지만 사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22일 화물연대와 사측의 첫 공식 접촉이 이뤄지면서 이날 오전 10시 CUBGF로지스 대표와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경남 진주노동지청에서 교섭 상견례를 진행하고, 같은 날 오후 5시 대전역 인근에서도 실무교섭 상견례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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